"월급 230만원도 부족해" 베트남 기업들, AI 고급 인재 쟁탈전

  • AI 프로젝트 경험에 영어까지…기업들 '현장형 인재' 확보 난항

호찌민시에 위치한 자동차 기술 연구센터에서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다 사진보쉬 베트남
호찌민시에 위치한 자동차 기술 연구센터에서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다. [사진=보쉬 베트남]
베트남 기업들이 인공지능(AI) 사업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지만 정작 현장에 투입할 엔지니어를 구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높은 급여를 제시하고 헤드헌팅 업체까지 동원하고 있지만 AI 프로젝트 경험과 산업 이해, 외국어 능력을 두루 갖춘 인력을 찾기가 쉽지 않아서다. 구직자들은 기업이 요구하는 역량에 비해 보상이 충분하지 않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어 AI 채용 시장의 수급 불균형이 뚜렷해지고 있다.

5일(현지 시각) Vn익스프레스에 따르면, 하노이에 있는 한 중견 기술 기업은 미국과 일본에서 AI 활용 프로젝트 주문이 늘면서 관련 엔지니어 채용에 나섰지만 수개월째 인력을 채우지 못하고 있다. 회사는 월 4500만~5000만동(약 233만5500원~259만5000원)의 급여를 제시하고 수습 기간에도 급여를 전액 지급하는 한편 유료 AI 서비스 계정까지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회사가 원하는 인재를 찾기는 쉽지 않다. 3년 이상의 경력과 실제 프로젝트에서 AI를 적용한 경험이 필요하고 해외 고객과 직접 업무를 진행할 수 있을 정도의 영어 능력까지 요구하기 때문이다. 해당 기업의 인사 책임자는 "프로젝트가 시작되기 몇 달 전부터 인력을 찾았지만 아직 모든 자리를 채우지 못했다"며 "경력 조건을 충족한 지원자 가운데서도 실제 프로젝트에 AI를 적용해 본 경험이 없어 채용은 여전히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대기업도 상황은 비슷하다. 베트남에서 4000명 이상의 엔지니어가 소프트웨어, 자동차 연구 개발, 반도체, 스마트 제조, AI 관련 글로벌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보쉬 역시 AI 인력 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다.

쩐 레 응옥 도안 보쉬 글로벌 소프트웨어 테크놀로지 베트남 인사담당 이사는 머신러닝이나 데이터사이언스 역량뿐 아니라 기술적 기반과 사업에 대한 이해를 함께 갖춘 인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AI 자체를 연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사업 현장의 문제를 기술로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보쉬 동나이 공장에서는 AI가 품질 관리와 자원 최적화에 활용되고 있다. 이에 따라 채용 대상 역시 순수 AI 직군에만 한정되지 않고 생산과 업무 프로세스를 이해하면서 AI를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인력으로 넓어지고 있다. 도안 이사는 "이미 수백명의 AI 엔지니어를 채용했지만 여전히 인력이 부족하다"며 "내부 직원 교육까지 병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AI 엔지니어 몸값 급등…기업·구직자 눈높이 '엇갈림'

AI 인력의 몸값도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보 티 빅 투이 맨파워 베트남 운영이사는 현재 노동시장에서 AI 엔지니어가 가장 수요가 높은 직군 가운데 하나라고 설명했다. 채용 수요도 생성형 AI와 대규모 언어 모델(LLM), 보안 분야로 넓어졌고 기술기업뿐 아니라 금융·은행, 제조, 반도체, 전자상거래 등으로 확산하고 있다.

ITviec와 TopCV, TopDev 자료에 따르면 경력 2~4년의 AI 엔지니어 급여는 월 3000만~6000만동으로, 일반 기술 엔지니어의 월 2000만~3500만동보다 약 1.5배 높은 수준이다. 관리직급 AI 엔지니어의 월급은 7000만~1억2000만동 이상까지 올라갈 수 있다.

경력이 쌓일수록 몸값은 더 오른다. 기술인력 채용업체 JT1의 '베트남 IT 급여 가이드 2026'에 따르면 호찌민에서 경력 7~10년의 AI·머신러닝 엔지니어는 월 최대 4500달러의 급여를 받을 수 있다. 최고위 AI 직책의 보수는 이보다 훨씬 높다. 맨파워 베트남에 따르면 대기업의 AI 총괄급 인력은 보너스와 보험, 우리사주제도(ESOP)를 제외하고도 월 1만5000~2만5000달러를 받는 사례도 나왔다.

특히 새로운 알고리즘과 모델을 연구하고 이를 실제 사업에 적용할 수 있는 시니어 AI·머신러닝 연구자는 가장 채용하기 어려운 직군으로 꼽힌다.
AI 전문인력 부족과 급여 수준을 두고 불만을 나타낸 베트남 독자들의 반응 사진VnExpress 댓글 갈무리
AI 전문인력 부족과 급여 수준을 두고 불만을 나타낸 베트남 독자들의 반응 [사진=VnExpress 댓글 갈무리]

하지만 높은 급여는 곧바로 채용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는 게 현실이다. 특히 일부 구직자들은 월 4500만~5000만동의 급여가 3년 이상의 경력과 실제 프로젝트 경험, 비즈니스 이해, 영어 소통 능력까지 요구하는 인재에게 충분한 보상인지 의문을 제기한다. 기업이 원하는 역량과 구직자가 기대하는 보상 사이의 간극이 크다는 이야기다.

특히 AI가 금융과 제조, 반도체, 전자상거래 등으로 빠르게 확산하면서 기업들이 요구하는 역량은 기술 지식만으로 충족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실제 프로젝트 경험과 산업 이해를 갖춘 인재가 제한적인 상황에서 기업이 원하는 수준과 시장에서 형성된 인재 가격의 간극을 어떻게 줄이느냐가 AI 인력 확보의 핵심 과제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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