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유통 CEO 줄소환…국감이 받아내야 할 답

 
올해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유통·식품업계 경영진이 줄줄이 국회로 향한다. 홈플러스 기업회생부터 온라인 플랫폼의 거래관행, 개인정보 유출, 식품 원재료 시장까지 다뤄야 할 현안도 적지 않다.
 
그런데 국감 철마다 정작 관심은 ‘무엇을 물을 것인가’보다 ‘누구를 불렀는가’에 쏠린다. 기업 총수와 최고경영자(CEO)를 증인석에 세우고 강한 질책을 쏟아내는 장면이 국감의 성과처럼 소비되는 모습도 반복돼 왔다.
 
당장 홈플러스 문제가 그렇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7일 중소벤처기업부 국감에서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입점상인 피해와 긴급경영안정자금 지원 등이 주요 질의 대상이다.
 
김 회장은 최근 국회에 불출석 의견서를 제출했다. 출석 여부도 관심사지만 국감이 확인해야 할 것은 홈플러스 정상화 방안과 협력업체·입점상인 보호 대책이다.
 
정무위원회에서도 조주연 홈플러스 대표와 주성원 쿠팡 총괄부사장, 오진석 GS리테일 부사장 등이 증인으로 선다. 조 대표에게는 기업회생 문제, 주 부사장에게는 ‘가격 맞춤형 쿠폰’ 비용의 납품업체 전가 여부, 오 부사장에게는 GS25 납품방식 관련 질의가 예정돼 있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브렛 앤서니 매티스 쿠팡 정보보호최고책임자(CISO)를 불러 개인정보 관리와 재발 방지 대책을 묻는다.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조영식 CJ제일제당 부사장과 이운익 삼양사 대표를 증인으로 채택했다. 설탕·밀가루·전분당 등 식품 원재료 시장의 부당거래행위와 가격 구조, 재발 방지책 등이 주요 쟁점이다.
 
기업인 증인 채택은 매년 국감 때마다 반복되는 논란이다. CEO를 불러놓고 실제 질의는 몇 분에 그치거나 답변을 끊고 질책을 이어가는 장면도 익숙해졌다. 몇 시간씩 대기시킨 뒤 짧은 질의만 하고 돌려보내는 방식이 과연 국정감사의 취지에 맞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국감은 기업인을 혼내는 자리가 아니다. 행정부와 공공기관의 업무를 감사하고 국민 생활과 관련한 정책과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점검하는 자리다. 민간 기업인을 증인으로 부른다면 그만큼 분명한 이유와 구체적인 질문이 있어야 한다. 유명 기업의 CEO를 세우거나 목소리를 높이는 것만으로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물론 기업 경영진도 사회적 영향력이 큰 현안에 대해 책임 있는 설명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 그러나 국회의 역할은 사과를 받아내는 데서 그치지 않고 문제의 원인과 개선책을 끝까지 확인하는 데 있다.
 
질문의 초점이 분명하다면 굳이 호통을 칠 이유도, 기업인을 망신주듯 몰아세울 이유도 없다. 더 중요한 것은 국감 이후다. 증인을 불러 “검토하겠다”, “노력하겠다”는 답변을 받아놓고 실제로 무엇이 달라졌는지 확인하지 않는다면 국감의 실효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국감에서 나온 약속과 개선안이 실제 현장에서 어떻게 이행됐는지까지 점검해야 같은 문제가 다음 해 국감에서 되풀이되는 일을 줄일 수 있다.
 
해마다 국감이 시작되면 ‘이번에도 호통 국감이 되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나온다. 국회가 그 우려를 불식하는 방법은 어렵지 않다. 기업인을 얼마나 많이 불렀는지, 얼마나 강하게 질책했는지를 경쟁할 것이 아니라 필요한 질문을 정확히 하고 구체적인 답을 받아내면 된다.
 
국감의 성과는 기업인이 몇 번 고개를 숙였는지로 평가할 일이 아니다. 국민이 궁금해하는 문제에 어떤 답을 얻었고, 그 답이 실제 변화로 이어졌는지가 기준이 돼야 한다. 유통 CEO들이 줄줄이 국감장에 서는 올해만큼은 ‘호통’보다 ‘답’이 남는 국감이 되길 기대한다.
 
사진조재형 기자
[사진=조재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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