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강세에도 원·달러 환율이 1330원대로 내려오면서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가 원화 강세를 뒷받침하고 있다. 반도체 호황으로 수출기업들이 벌어들인 달러가 국내 외환시장에 유입되면서 환율 하락 압력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흐름이 이어지면서 원·달러 환율이 추가 하락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8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오후 3시 30분 기준 전 거래일보다 1.9원 내린 1338.5원을 기록했다.
이 같은 원화 강세의 배경에는 사상 최대 수준으로 불어난 경상수지 흑자가 자리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8월 경상수지는 461억1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지난 6월(497억3000만 달러)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큰 규모다. 올해 1~8월 누적 흑자는 2792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약 4배에 달한다.
경상수지 흑자 확대를 이끈 것은 반도체 수출이다. 8월 상품수지 흑자는 468억1000만 달러로 역대 2위를 기록했다. 상품수출은 1048억 달러로 전년 동월보다 82.1% 증가했다. 특히 통관 기준 반도체 수출이 206.1% 급증하면서 전체 수출 증가세를 견인했다.
대규모 수출 흑자는 외환시장에서 원화 강세 요인으로 작용한다. 수출기업이 해외에서 벌어들인 달러를 원화로 환전하면 외환시장 내 달러 공급이 늘어나면서 원·달러 환율에 하락 압력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최근 환율이 1330원대로 내려온 가운데 앞으로도 원화 강세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문다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지금은 과거 원·달러 환율이 1330원대였던 때와 비교해 환율을 끌어내리는 요인이 더 많아졌다"고 밝혔다.
이 같은 달러 공급 확대는 실제 환율 흐름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 한 달간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DXY)는 3.48% 상승했지만, 원·달러 환율은 오히려 7.1원(0.53%) 하락했다.
특히 미국의 긴축 우려가 부각됐던 지난달 18일 장중 1390.2원까지 올랐던 원·달러 환율은 이날 1338.5원으로 51.7원(3.72%) 떨어졌다. 글로벌 달러 강세에도 수출기업의 달러 매도 물량이 환율 하락을 뒷받침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 연구원은 "무역수지와 경상수지가 큰 폭의 흑자를 이어가는 가운데 주요 수출기업들이 달러 매도로 돌아서면서 국내 외환시장으로 달러가 유입되고 있다"며 "이는 환율을 낮추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경상수지 흑자가 모두 원화 강세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국내 투자자의 해외 증권투자가 확대되면 달러 수요가 늘어나 수출 흑자에 따른 환율 하락 압력을 일부 상쇄할 수 있다.
지난 8월 내국인의 해외 증권투자는 166억 달러 증가해 역대 두 번째로 큰 증가 폭을 기록했다. 해외 주식투자는 101억5000만 달러, 해외 채권투자는 64억4000만 달러 늘었다. 특히 해외 채권투자는 역대 최대 증가 폭이었다. 글로벌 금리 급등으로 해외채권의 투자 매력이 높아지면서 국내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더욱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성곤 한은 국제수지팀장은 "최근 기관투자자와 개인을 중심으로 미국 중장기 국채에 대한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4분기 원·달러 환율 평균을 1350원으로 예상하고 적정 범위를 1280~1420원으로 제시했다. 내년 연평균 환율 역시 1350원 수준으로 전망했다. 향후 환율은 수출기업의 달러 매도 흐름과 해외투자에 따른 달러 수요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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