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앞에서 홀덤펍을 운영하는 업주 두명이 각각 다른 판결을 받아 논란이다. 두 업주는 지역과 프랜차이즈, 혐의까지 일치하는데, 한 명은 무죄, 한 명은 벌금 200만원이 선고됐다.
이는 포커게임 등을 할 수 있는 홀덤펍에 청소년 출입과 고용을 금지한 성평등가족부 고시에 대한 재판부의 판단이 엇갈렸기 때문이다.
한 재판부는 해당 고시를 무효로 보고 홀덤펍 업주를 처벌할 수 없다고 본 반면, 다른 재판부는 고시가 적법하다고 판단하여 업주에게 벌금형을 선고한 것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22단독 이종우 판사는 지난 1일 프랜차이즈 홀덤펍을 운영하는 박모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박씨는 2024년 4월부터 서울 강남구 한 대학교 캠퍼스에서 155m 떨어진 곳에서 홀덤펍을 운영하다 교육환경보호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홀덤펍은 술을 마시며 카드 게임을 할 수 있는 주점 형태의 업소다. 성평등가족부는 2024년 5월 고시를 통해 홀덤펍을 청소년 출입·고용금지업소로 지정했다.
이에 따라 홀덤펍은 교육환경보호법상 학교 주변 영업이 제한되는 업소에도 해당하게 된다. 교육환경보호법은 보호구역에서 청소년 출입·고용금지업소 등 금지시설을 운영하면,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재판부는 해당 고시가 상위법인 청소년보호법의 위임 범위를 벗어난다고 봤다.
청소년보호법은 청소년유해매체물·유해약물 등을 취급하는 영업 등 청소년에게 유해한 업종을 성평등가족부 고시로 청소년 출입·고용금지업소로 지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홀덤펍이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데도 성평등가족부가 고시를 통해 청소년 출입·고용금지업소로 지정했기에 고시 자체가 무효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 고시를 위반했다고 해서 처벌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반면 서울중앙지법 형사2단독 조영민 판사는 지난달 8일 A 프랜차이즈 홀덤펍을 운영하는 다른 점주 권모씨에게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권씨 역시 2025년 3월부터 서울 강남구 한 초등학교와 직선거리로 173m 떨어진 곳에서 영업을 하다 같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권씨에게 벌금형을 선고한 재판부는 청소년보호법이 규제 대상을 유해매체물·유해약물 등을 취급하는 '영업 등'으로 표현한 점에 주목했다. 특정 업종만 규제할 수 있다는 뜻이 아니라 청소년에게 유해한 다른 업종도 규제할 수 있도록 범위를 열어뒀다는 판단이다.
재판부는 "청소년 출입·고용금지업소의 범위는 영업 실태와 사회·문화적 현실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며 "홀덤펍처럼 도박과 사행심을 조장할 우려가 있는 업소가 청소년의 건전한 성장에 해롭다는 점은 충분히 알 수 있다"고 했다.
재판부는 권씨가 고시 시행 이후 영업을 시작한 점 등도 고려했다.
두 사건은 각각 검찰과 피고인이 항소해 모두 항소심 판단을 받게 됐다. 두 사건을 대리한 법무법인 신진 김현중 변호사는 "항소심에서도 고시가 법률의 위임 범위를 벗어났다는 점을 다툴 것"이라고 말했다.
성평등가족부 관계자는 "유사 사건에서 고시의 적법성이 인정된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사행행위로부터 청소년 보호 필요성이 큰 만큼 상급심 판단을 지켜보며 대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판결로 인해 지방자치단체의 단속 근거에 혼란이 있을 거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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