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산림사업법인을 전수점검한 결과 전체의 절반이 넘는 법인에서 등록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정황이 확인됐다. 산림기술자 4700여명은 자격증 대여나 이중취업 등 위법 행위가 의심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과 산림청은 1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이 같은 내용의 산림사업 추진 실태 합동점검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점검은 국가정상화 프로젝트 1차 과제인 ‘건전한 산림사업법인 시장질서 확립’의 일환으로 지난 5월부터 이달까지 진행됐다.
정부가 산림사업법인 1907곳과 산림기술자 1만2463명을 전수점검한 결과, 법인 1073곳에서 등록 요건 미충족 정황이 발견됐다. 전체 조사 대상 법인의 56%에 해당한다.
유형별로는 자격증 대여 등 부정한 방식으로 기술 인력을 채용한 것으로 의심되는 법인이 1010곳으로 가장 많았다. 사무시설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법인은 82곳, 자본금 기준에 미달한 법인은 99곳이었다.
산림기술자 가운데서는 4716명(37.8%)이 자격증 대여나 이중 취업 등 위법 행위를 한 것으로 의심됐다. 일부 법인 대표는 등록 요건을 유지하기 위해 기술자 6명에게 연간 100만~150만원을 지급하고 자격증을 빌린 것으로 조사됐다.
사망하거나 수감·해외 체류 중인 기술자의 자격증을 활용한 사례도 확인됐다. 사망자 38명의 자격증을 보유 기술자로 등록한 법인은 33곳에 달했다. 정부는 이들 법인을 수사기관에 넘겼다.
기존 관리 체계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산림청이 매년 실시하는 정기 실태조사의 위법 법인 적발률은 6% 미만이었고, 최근 3년간 자격·등록 취소 등 주요 행정처분은 12건에 불과했다. 이마저도 대부분 수사기관 통보나 제보를 통해 이뤄졌다.
산림기술정보시스템은 기술자의 고용보험 가입 여부 등 공공정보와 연계되지 않아 자격증 대여와 중복 등록을 걸러내지 못했다. 사망한 기술자의 자격을 말소하는 기준도 마련돼 있지 않았다.
정부는 지난 6일 법인 342곳과 기술자 401명을 수사 의뢰했다. 나머지 위법 의심 대상도 청문 등을 거쳐 행정처분하고, 추가 조사를 통해 수사 의뢰 대상을 선별할 방침이다.
처벌 수준도 높인다. 자격증 대여 등에 대한 처벌을 현행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에서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강화한다. 등록 요건 미비 등에 부과되는 과징금 상한도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올릴 계획이다.
등록이 취소된 업체가 새로운 법인을 세우거나 양도·합병을 통해 제재를 피하지 못하도록 재등록 제한 대상을 법인뿐 아니라 대표자와 원인 행위자까지 확대한다. 기술자의 고용보험 등 공공정보를 활용해 등록 단계부터 자격증 대여와 이중취업 여부를 상시 검증하는 체계도 구축한다.
한편 이번 조사에서는 산림사업 계약이 수의계약에 지나치게 의존한다는 점도 확인됐다. 2023년부터 지난해까지 주요 산림사업 계약을 전수조사한 결과 계약금액 기준 수의계약 비중은 82.8%였다. 소액 발주에 따른 수의계약이 42%, 산림조합 등에 대한 대행·위탁 계약이 41%를 차지했다.
나라장터 산림사업 입찰 내역에서는 가족이나 지인 명의로 여러 법인을 설립해 같은 입찰에 참여한 ‘벌떼입찰’ 의심 법인 120여곳도 발견됐다. 정부는 추가 조사를 거쳐 무자격 업체의 사업 수주와 입찰 방해 혐의 등을 수사 의뢰할 예정이다.
이에 정부는 산림사업 계약을 경쟁계약 중심으로 전환할 방침이다. 국유림 사업의 경쟁계약 비율을 올해 52%에서 내년 70%, 2030년 80%까지 높이고, 수의계약을 체결할 때 사전 검토서를 작성하도록 할 방침이다.
대형 산불피해 복원사업에서도 관리 부실이 드러났다. 조림복원지 1145곳과 숲가꾸기 사업지 71곳을 점검한 결과 각각 56건과 23건 등 총 79건의 부적정 의심 사례가 적발됐다.
조림복원지 점검 대상의 20%는 심은 나무가 살아남은 비율인 활착률이 50%에 미치지 못했다. 조림사업 4673건 가운데 하자담보가 설정된 사업은 1620건(35%)에 그치는 등 발주기관마다 관리 기준도 달랐다.
정부는 부실 시공과 감리 소홀 사례에 벌점을 부과하고 사업비 회수·정산과 재조림 등 시정조치를 추진하기로 했다. 아울러 활착률을 통합 관리하는 모니터링 체계를 도입하고 조림사업의 하자담보 책임을 명시할 법적 근거를 마련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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