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산림사업 위법 만연, 낙후된 관리·과도한 수의계약 탓"

  • 법인 56%·기술자 38% 위법 의심…"업체 제출 서류 수기로 관리"

  • '메뚜기 업체·벌떼입찰' 양산…사업 차질 최소화하며 엄정 처분

김영수 국무조정실 국무1차장이 1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산림사업 추진 실태 합동점검 결과 브리핑을 진행 중이다 사진연합뉴스
김영수 국무조정실 국무1차장이 1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산림사업 추진 실태 합동점검 결과 브리핑을 진행 중이다.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산림사업법인 절반 이상에서 위법 의심 정황이 발견된 원인으로 업체 제출 서류에 의존한 낙후된 관리 시스템과 과도한 수의계약 구조를 지목했다. 위법 업체와 기술자는 엄정하게 처분하되 기존 산림사업의 차질을 최소화하는 방안도 병행하기로 했다.
 
김영수 국무조정실 국무1차장은 1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산림사업 추진 실태 합동점검 결과를 발표하며 “최근 산림사업의 부실과 산업 전반의 부조리가 국가 산림의 가치를 훼손하고 발전을 저해한다는 지적이 있었다”고 밝혔다.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과 산림청·지방자치단체가 지난 5월부터 이달까지 산림사업법인 1907곳을 전수점검한 결과, 56%인 1073곳이 기술인력 확보 등 등록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체 산림기술자 1만2463명 가운데 4716명(37.8%)에게서는 자격증 대여나 이중취업 등 위법 의심 정황이 발견됐다. 법인 33곳이 사망한 기술자 38명의 자격증을 도용한 사례도 확인됐다.
 
정부는 위법행위가 업계 전반에 퍼진 핵심 원인으로 관리 부실을 꼽았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 관계자는 브리핑에서 “이번 조사를 통해 관리체계가 상당히 부실했다는 점을 확인했다”며 “위법하게 등록해도 이를 걸러내지 못하는 시스템의 한계가 있었다”고 말했다.
 
해당 관계자는 “등록 업체가 제출한 서류를 다른 정보와 교차 검증하지 않고 수기로 입력하는 낙후된 시스템에 기반하고 있었다”며 “법인과 기술자 등록은 과거보다 많이 늘었지만 이를 관리할 인력과 시스템 개선은 미진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산림청이 매년 실시하는 정기 실태조사의 위법 법인 적발률은 6% 미만에 그쳤다. 산림기술정보시스템도 고용보험 등 공공정보와 연계되지 않아 자격증 대여와 이중취업, 사망자 자격증 도용 등을 걸러내지 못했다.
 
수의계약 중심의 사업 구조도 부실 업체를 양산한 원인으로 지목됐다. 2023년부터 지난해까지 주요 산림사업의 수의계약 비중은 계약금액 기준 약 83%로, 다른 보조금 사업의 평균인 38%를 크게 웃돌았다.
 
소액 수의계약은 해당 시·군에 소재지를 등록한 업체만 참여할 수 있고, 적격성 심사 없이 가격 중심으로 사업자를 선정한다. 이에 여러 지역으로 등록지를 옮겨 다니는 이른바 ‘메뚜기 업체’가 등록요건을 맞추려고 기술자 자격증을 빌리거나 이중으로 등록하는 사례가 발생했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가족이나 지인 명의로 다수의 법인을 설립해 같은 입찰에 참여하는 ‘벌떼입찰’도 이러한 구조를 악용한 사례다. 여러 업체 명의로 가격을 제시하면 낙찰 기준에 근접한 가격을 제출할 가능성이 커지는 점을 노렸다. 정부가 확인한 벌떼입찰 의심 법인은 120여곳으로, 대부분 소액 수의계약에 참여한 업체였다.
 
정부는 현재까지 법인 342곳과 기술자 401명을 수사 의뢰했다. 나머지 위법 의심 대상도 확인 절차를 거쳐 행정처분하거나 수사기관에 넘길 방침이다.
 
다만 대규모 처분에 따른 업계 혼란과 사업 지연 가능성도 고려하기로 했다. 부패예방추진단 관계자는 “다수 업체가 대상인 만큼 산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절차를 신속하게 이행해 자정작용이 빠르게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미 사업을 수행 중인 위법 업체는 발주기관 판단에 따라 기존 사업을 마친 뒤 처분받도록 해 사업 차질을 줄일 계획이다.
 
다만 정부는 수의계약을 경쟁계약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영세 업체가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지적에는 모든 사업을 일률적으로 대형화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소규모 업체가 수행하기 적합한 사업은 수의계약을 유지하되 행정 편의를 위한 사업 쪼개기는 막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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