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미 온두라스 정부가 극심한 가뭄으로 농작물 피해와 식량난이 심화하자 항공기를 동원한 인공강우 사업에 나섰다. 그러나 한화 약 10억원에 달하는 상당한 비용을 투입했지만 실제 강수량 증가 효과가 입증되지 않아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22일 AP통신 등에 따르면 온두라스 정부는 장기간 이어진 가뭄에 대응하기 위해 멕시코 업체에 75만달러(한화 약 9억9400만원)를 투입해 인공강우 사업을 추진했다.
인공강우는 이른바 '구름 씨뿌리기'(Cloud Seeding) 기술을 활용해 구름에 요오드화은 등을 뿌려 강수량 증가를 유도하는 방식이다. 구름 속 물방울이나 얼음 입자의 성장을 촉진해 비가 내릴 가능성을 높이는 원리다. 다만 인공강우는 구름이 없는 상태에서 비를 만들어내는 기술은 아니다. 같은 양의 요오드화은을 살포하더라도 실제 강수량 증가 효과는 구름의 상태와 기온, 습도 등 대기 조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인공강우 작업은 현장에서 조종사가 구름이 밀집한 지역으로 항공기를 몰고 가면, 동승한 기술자가 금속 탱크의 밸브를 열어 요오드화은 성분이 담긴 용액을 대기 중에 살포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온두라스 농축산부에 따르면 이번 사업을 맡은 멕시코 업체 스타트업 르네상스(Startup Renaissance)는 지난 16일까지 항공기를 총 20차례 띄워 비행당 약 100리터씩, 모두 2000리터의 요오드화은 기반 용액을 살포했다.
사업 대상은 농경지와 주요 수자원 유역 등 약 180만~230만㏊다. 최대 작업 범위인 230만㏊는 약 2만3000㎢로, 서울시 면적(약 605㎢)의 약 38배에 달한다.
정부는 이번 사업이 일정한 효과를 거뒀다는 입장이다. 농축산부 대변인 호세 프란시스코 오르도녜스는 주요 지역의 강수량이 당초 예상치보다 20~60% 증가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부 역시 인공강우에 따른 강수량 증가 효과를 통계적으로 입증하지는 못한 상태다. 농축산부는 지난 17일 발표에서 일부 작업 지역의 강우 현상이 확인됐지만, 이를 인공강우 사업의 성과로 판단할 만한 통계적 근거는 아직 확보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실제 관측된 강수량이 예상치를 웃돌았더라도 자연적으로 내린 비와 인공강우로 추가된 비를 구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당국은 강수량 관측 기록과 저수지 수위, 하천 유량 등을 분석해 실제 효과를 평가할 방침이다.
기상 전문가들도 인공강우가 장기적인 가뭄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며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온두라스 국립자치대 과학대학장을 지낸 기상학자 나빌 카와스는 이번 사업을 "하나의 실험"이라고 평가하며, 75만달러를 관개시설이나 저수지 건설에 투자했다면 물이 필요한 빈곤 농민들에게 더 큰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과거 유사한 가뭄 당시 시행된 인공강우 사업에서는 강수량 증가 효과가 10%에도 미치지 못했다고도 덧붙였다.
온두라스가 인공강우 사업에 나선 배경은 엘니뇨 현상에 따른 극심한 가뭄과 식량난이다. 온두라스의 가뭄은 올해 5월부터 본격적으로 악화됐다. 당시 중부와 남부 일부 지역에서는 강수량이 평년보다 50% 이상 적었으며, 6월에도 중부와 동부 지역을 중심으로 강수량 부족이 이어졌다.
가뭄 피해는 전국으로 확산했다. 유엔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온두라스 국토의 75% 이상에서 심각한 강수량 부족이 나타났으며, 전국 103개 지방자치단체에 가뭄 적색경보가 내려졌다. 유엔은 이번 가뭄을 최근 수십 년 사이 가장 심각한 가뭄 중 하나로 평가했으며, 인도적 지원이 필요한 주민이 70만8000명을 넘을 것으로 추산했다.
인접국인 과테말라, 엘살바도르, 니카라과 등 이른바 '중미 건조회랑' 지역에서도 엘니뇨에 따른 강수량 감소로 농업 피해가 확산하고 있다. 주요 작물인 옥수수와 콩이 말라 죽고 가축이 폐사하거나 생계유지를 위해 처분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커피 재배지와 새우 양식장 등에서도 생산량 감소가 나타나고 있다.
온두라스에서는 평년에도 주민 5명 중 1명이 식량 불안정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식량계획(WFP)의 구호물자 배분을 맡고 있는 아니발 수니가에 따르면, 수도 테구시갈파에서 북쪽으로 약 90분 거리에 있는 산악 마을 누에바 콘셉시온에서는 주민들이 식사를 하루 한두 끼로 줄이고 가축과 농기구까지 팔아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한편 온두라스 정부는 인공강우 사업과 함께 관개시설 보강, 저수지 건설, 비료와 종자 지원 등 가뭄 피해를 줄이기 위한 대책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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