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한 저축은행 본점 모습. [사진=연합뉴스]
수도권 집값 상승에 주택담보대출이 늘어난 데 이어 한동안 주춤했던 신용대출도 한 달 새 1조원 넘게 불어났다. 증시 하락을 틈타 저가 매수를 노리는 '빚투(빚내서 투자)' 수요가 다시 고개를 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코스피가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는 가운데 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까지 겹치면서 차주들의 상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 22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783조4397억원으로 지난달 말보다 2조6058억원 늘었다. 9월 1조2852억원 감소하며 6개월 만에 뒷걸음질 쳤던 가계대출이 약 한 달 만에 다시 증가세로 돌아선 것이다.
특히 신용대출 잔액은 109조3513억원으로 지난달 말보다 1조1210억원 늘면서 주담대 증가액을 웃돌았다. 3개월 만에 증가세로 전환된 것이며 전체 가계대출 증가액 중 약 43%를 차지했다. 최근 증시 하락을 저가 매수 기회로 삼으려는 투자자들이 대출을 활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지난주 코스피는 전주 대비 2.08% 하락했고, 코스닥도 5.42% 떨어졌다.
주담대 잔액도 622조3978억원으로 지난달 말보다 9995억원 늘었다. 9월 증가액이 1252억원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대출 수요가 다시 확대된 모습이다. 수도권 집값 상승세가 주택 구입 자금 수요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KB부동산의 10월 전국 주택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월 대비 0.61% 상승했다.
문제는 대출 증가세가 금리 상승 압력과 맞물렸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이 지난 22일 기준금리를 3%로 동결했지만 신현송 한은 총재가 예상보다 빠른 경제 성장과 물가 상승을 언급하면서 시장에서는 11월 추가 인상 가능성도 거론된다.
금리 인상에 따른 충격은 취약 차주에게 더 빠르게 나타날 수 있다. 한은이 지난달 발표한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기준금리 인상 이후 은행 연체율의 반응은 가계와 기업에서 약 15개월 뒤, 취약 차주에서는 약 9개월 뒤 가장 크게 나타났다. 지난 7·8월 두 차례 기준금리 인상의 여파가 내년 상반기 취약 차주의 연체 압력을 키울 수 있다는 의미다.
은행권 가계대출 연체율은 이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8월 말 기준 가계대출 연체율은 0.45%로 전월보다 0.03%포인트 높아졌다. 주담대 연체율도 0.31%로 0.02%포인트 상승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금리가 올라도 집을 당장 팔기는 어려운 만큼 차주의 이자 부담이 오래 이어질 수 있다"며 "이자 부담이 커지면 소비를 줄이는 등 지출을 아껴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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