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해서 어디에 쓰실 겁니까?”
배움의 목적을 묻는 스승의 한마디가 제자의 삶을 이끌었다. 보리 김기원 한울씨네 대표가 쓴 『보리행전』(에이원북스 출판)은 한울 김준원 큰스승과의 만남 이후 수련과 사회활동, 국제 문화교류의 현장을 거치며 그 질문의 답을 찾아온 기록이다. 지식과 경험이 축적될수록 무엇을 더 얻을지 고민하는 시대에, 이 책은 자신이 가진 것을 누구를 위해 쓸 것인지 묻는다. 저자 김기원 대표는 출간 익일, 경기도 이천 한울 김준원 큰스승의 묘소를 찾아 책을 헌정했다. 생전의 가르침을 되새기며, 그 배움을 세상에 전하겠다는 뜻을 담은 발걸음이었다.
책의 중심에는 “마음은 다스리는 것이 아니라 쓰는 것”이라는 가르침이 놓여 있다. 수련으로 모은 힘과 깊어진 정신은 사람의 아픔을 돌보고 생명을 살리는 행동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뜻이다. 저자가 전하는 수행의 가치는 일상의 선택과 관계 속에서 드러난다. 누군가의 고통 앞에 한 걸음 다가가는 일, 갈등 속에서 원한을 키우지 않는 일, 자신의 이익을 넘어 공동체를 돌아보는 일이 그 구체적인 모습이다.
이러한 생각은 다양한 체험을 통해 독자에게 다가온다. 죽음을 마주하는 수련은 오늘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돌아보게 하고, 민들레 한 송이는 인간과 자연의 연결을 일깨운다. 금광에서 황금을 찾는 경험은 사람의 마음속에 묻힌 가능성을 발견하는 이야기로 이어진다. 추상적으로 느껴질 수 있는 가르침이 삶의 장면과 만날 때, 독자도 자신의 경험을 새롭게 해석하게 된다.
특히 남성 제자들이 직접 음식을 만들고 여성들을 정성껏 대접하도록 한 일화는 인상적이다. 여성의 사회적 위상을 높여야 한다는 뜻을 몸과 태도로 익히게 했기 때문이다. 존중과 평등이 실제 관계에서 어떻게 구현돼야 하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1980년 한울 김준원 선생과 사제의 인연을 맺은 김기원은 1987년 종사로 지명받았으며, 1990년 한울정신문화원 창립 이사로 참여했다. 이후 환경·소비·문화 분야의 사회 계몽운동과 나눔, 국제 문화교류에 힘써왔다. 책에 소개된 낙동강 살리기, 남는 우유 나눔, 장애인을 위한 교육 활동 등은 스승의 가르침이 사회적 실천으로 이어진 사례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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