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으로 손해를 입었다며 소액주주들이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법원이 삼성물산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등의 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합병에 사업상 목적이 있었고, 합병비율이나 승인 과정의 위법성도 인정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0부(김석범 부장판사)는 29일 심모씨 등 26명이 삼성물산과 이 회장, 옛 삼성물산 이사들을 상대로 낸 약 2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2020년 2월 소송 제기 이후 약 6년 8개월 만의 1심 결론이다.
재판부는 삼성물산이 경영 안정화와 자산 가치 제고, 재무 구조 개선 등 사업상 목적을 고려해 합병을 추진했다고 봤다. 그러면서 "합병 목적이 오로지 이 회장의 삼성그룹 지배력 강화에만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합병비율 역시 자본시장법에 따라 주식 가치를 기준으로 외부 전문 기관의 평가를 거쳐 산정됐다고 판단했다. 시장 주가가 의도적으로 조작되거나 법령상 금지된 행위가 개입한 특별한 정황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자산 규모나 가치와 일치하지 않는다는 사정만으로 합병비율이 현저히 불공정하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옛 삼성물산 이사들의 선관주의·충실의무 위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사들이 회사의 재정 상황과 합병 시점·비율, 기대 이익 등을 충분히 검토해 합병을 승인했고, 이해상충이나 의무 위반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이사들의 위법 행위가 인정되지 않으면서 이에 가담했다는 전제의 삼성물산과 이 회장에 대한 공동불법행위책임도 부정됐다.
2015년 9월 이뤄진 합병은 제일모직이 옛 삼성물산을 흡수한 뒤 사명을 삼성물산으로 바꾸는 방식이었다. 옛 삼성물산 1주당 제일모직 0.3500885주가 배정됐다. 주주들은 이 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옛 삼성물산에 불리한 비율로 합병이 이뤄져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해왔다.
이 회장은 합병 과정의 부정 거래·시세 조종 등에 관여한 혐의로 기소됐으나 지난해 7월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이번 소송과 별도로 국민연금공단이 2024년 9월 이 회장과 삼성물산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은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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