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상황을 한 문장으로 줄이면 이렇다.
“나를 수사한 수사가 잘못됐는지를 다시 수사할 특검을 내가 임명한다.”
그러나 수백 년을 버텨온 법의 원칙은 정반대다.
2026년 대한민국에서 이 두 문장이 충돌하고 있다.
수정된 조작기소 특검법의 수사 대상은 12개 항목이다. 이 가운데 6개가 이재명 대통령 관련 사건이다. 쌍방울 대북송금, 대장동·위례·백현동 개발, 대장동·백현동 관련 허위사실 공표, 성남FC 후원금, 위증교사, 경기도 법인카드 사건의 수사·기소 과정이 다시 수사 대상이 된다.
대통령의 범죄 혐의를 다시 들여다보는 것이 아니다. 당시 검사들이 증거를 조작하거나 은닉했는지, 진술을 왜곡·회유했는지, 공소권을 남용했는지를 별도의 특검이 수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특검의 최종 임명권자는 이 대통령이다.
다시 한번 말한다.
“나를 수사한 수사를 다시 수사할 수사관을 내가 임명한다.”
이 문장이 ‘법치국가’에서 자연스럽게 들리는가.
조작수사가 있었다면 반드시 밝혀야 한다. 검사가 증거를 조작하거나 진술을 강요했다면 더 엄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대통령이 피해자라고 해서 예외일 수도 없다.
그러나 그것과 대통령 자신의 유·무죄는 전혀 다른 문제다.
방법은 간단하다.
“조작수사는 철저히 밝히되 내 사건의 유·무죄는 임기가 끝난 뒤 법원에서 판단받겠다.”
이 대통령이 이렇게 말하면 된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자신의 사건 등을 이미 “악의적 수사 조작이 의심되는 사건들”이라고 공개적으로 규정했다. 자신의 사건에 대한 판단을 밝힌 대통령이 자신을 수사한 과정을 다시 수사할 특검의 임명 절차에까지 참여하는 구조라면 더 엄격한 이해충돌 회피 원칙이 요구될 수밖에 없다.
여기서 주목해야 될 것은 이른바 ‘선출권력 우위론’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기자회견에서 “대한민국에는 권력의 서열이 분명히 있다”며 국민을 가장 위에 놓고 직접 선출권력과 간접적으로 권한을 받은 권력을 차례로 언급했다. 사법권에 대해서도 정치로부터 간접적으로 권한을 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헌법 제1조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고 선언하고 있다. 여기서 ‘민주’가 권력의 출처를 국민에게 둔다는 뜻이라면, ‘공화국’은 그 권력을 어느 한 사람이나 기관이 소유할 수 없다는 선언이다. 대통령도, 국회도 국민에게 권력을 맡아 행사하는 헌법기관일 뿐이다.
선거에서 얻은 표가 자신의 사건을 수사한 검사를 다시 수사할 정당성까지 자동으로 부여하는 것은 아니다. 다수 의석도 대통령 개인의 형사사건 앞에서 이해충돌 원칙을 지워주는 면허가 될 수 없다.
민주주의를 선거에서 이긴 권력이 위에 서는 체제로 이해하기 시작하면 권력분립은 장식으로 전락한다. 법원과 수사기관이 ‘선출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선출권력의 뜻에 종속돼야 한다면 애초에 독립된 사법부와 수사기관을 둘 이유도 없다. 다시 한번 말한다.
“누구도 자기 사건의 재판관이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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