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이 첨단기술과 금융 분야에서 전략적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미국 월가 대형 은행들이 중국 위안화 표시 채권인 딤섬본드 발행을 대폭 늘리고 있다. 미국 정부가 중국의 금융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는 것과 달리 미국 금융기관들은 중국 자금에 적극적으로 손을 내미는 역설적인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6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올해 들어 글로벌 주요 은행들이 발행한 딤섬본드 규모가 1340억 위안(약 200억 달러)에 달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지난해 연간 발행액의 약 3배에 해당한다. 씨티그룹과 영국 바클레이스, 프랑스 BNP파리바가 주요 발행사로 꼽혔다. 웰스파고의 발행 규모는 지난해보다 10배 이상 늘었으며, 골드만삭스도 약 3배 증가했다.
딤섬본드는 홍콩 등 중국 본토 밖의 역외시장에서 발행되는 위안화 표시 채권이다. 월가 은행들이 딤섬본드 발행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은 중국 본토에 축적된 막대한 자금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가계와 기업, 금융기관이 보유한 예금과 금융자산은 1경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부동산 시장 침체와 경기 둔화로 국내 투자처가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중국 보험사와 자산운용사, 고액자산가들은 새로운 투자 기회를 찾고 있으며, 글로벌 은행들이 발행하는 딤섬본드는 매력적인 투자처다.
특히 중국 국내 채권 수익률이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에 머물면서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을 제공하는 홍콩 딤섬본드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중국 본토 투자자들은 '채권통'을 통해 홍콩 채권시장에 투자할 수 있다. 채권통은 중국 정부가 본토 자금의 홍콩 역외 투자를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통로다. 월가 은행들 역시 채권통을 통해 중국 본토 투자자들의 풍부한 자금을 상대적으로 낮은 금융비용으로 차입할 수 있다.
이번 세 번째 호황은 과거와 달리 중국의 막대한 투자자금에 접근하려는 수요가 핵심 동력이다. 과거에는 위안화와 달러화의 금리 차이를 활용한 차익거래가 중요했지만, 현재는 중국 본토의 자금을 낮은 비용으로 조달할 수 있다는 점이 더 큰 매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텐센트와 알리바바 등 중국 기술기업들도 인공지능(AI) 사업 확대에 필요한 자금을 딤섬본드 발행으로 조달하고 있다.
위안화 국제화라는 중국 정부의 전략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중국은 무역과 에너지 거래에서 위안화 결제를 확대하는 동시에 위안화를 보유한 해외 기업과 국가들이 투자할 수 있는 역외 금융시장을 육성하려 하고 있다. 홍콩은 이러한 전략의 핵심 거점이다. 월가의 딤섬본드 발행 러시는 중국 위안화가 국제 금융시장에서 새로운 자금 조달 통화로 자리 잡아가는 흐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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