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시가 땅속에서 새고 있는 수돗물의 위치를 찾아내기 위해 11월 10일부터 24일까지 모두 네 차례 야간 누수 확인 시험에 나선다. 시험은 '노후 상수관망 정비 2단계 사업'의 첫 단추로, 조양동·청호동·대포동·설악동 일원이 대상이다. 일부 지역에서는 새벽 시간대 일시적인 단수와 수압 저하, 탁수 발생이 불가피해 주민들의 이해와 협조가 요구된다.
속초시는 2단계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에 앞서 정비가 필요한 지점을 정확히 가려내는 사전 작업으로 이번 시험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시험은 상수관망을 구간별로 나누고 수돗물 공급을 단계적으로 차단하면서 누수 여부와 누수 의심 구간을 좁혀 나가는 방식이다. 시는 시민 불편을 줄이기 위해 시험 시간을 각 시험일 오전 0시부터 5시까지로 정했다. 물 사용량이 가장 적은 새벽 시간대를 택해야 유량 변화를 통해 누수를 더 정확히 포착할 수 있다는 점도 함께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시험 일정과 대상 지역은 다음과 같다. 첫 시험은 11월 10일 청봉초등학교, 조양동선사유적지, 부월리마을회관, 더마크호텔 일원에서 진행된다. 12일에는 신영하이라이프, 설악한신아파트, 조양감리교회 일원이 대상이다. 17일에는 롯데리조트, 카시아속초, 마레몬스호텔, 충혼탑 일원에서, 마지막인 24일에는 금강반야마을회관, 설악초등학교, 켄싱턴설악 일원에서 시험이 이뤄진다. 아파트 단지와 학교, 마을회관, 대형 숙박시설이 두루 포함된 만큼, 해당 시설 관리 주체들은 사전에 급수 상황을 점검하고 입주민과 이용객에게 안내할 필요가 있다.
시는 이번 시험 결과를 토대로 우선 정비 대상으로 선정한 중앙2중블록, 중앙5중블록, 설악중블록의 누수 지점을 정밀하게 파악할 계획이다. 땅속에 묻힌 관로는 눈으로 확인할 수 없어, 어디를 얼마나 교체해야 하는지 가늠하기가 어렵다. 누수 위치를 정확히 짚어내지 못한 채 공사에 들어가면 예산은 예산대로 들고 효과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번 야간시험이 사업 전체의 효율을 좌우하는 출발점으로 꼽히는 이유다.
2단계 사업은 2031년까지 노후 상수관로 52.7㎞를 정비하는 장기 프로젝트다. 단순한 관로 교체에 머물지 않고 수압과 유량 관리, 상수관망 도면의 전산자료 정비까지 아우른다. 어디에 어떤 관이 언제 묻혔는지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면 앞으로 누수가 생겼을 때 대응 속도도 한층 빨라질 것으로 기대된다.
기대의 근거는 1단계 사업의 성과다. 속초시는 2019년부터 2024년까지 추진한 1단계 사업에서 노후관 25㎞를 정비하고 누수 250건을 복구했다. 그 결과 사업구역의 유수율은 59.3%에서 92.4%로 올랐다. 유수율은 공급한 수돗물 가운데 요금 수입으로 연결된 물의 비율로, 누수 저감 등 상수도 운영 효율성을 보여주는 대표 지표다. 쉽게 말해 1단계 사업 이전에는 정수해 내보낸 물 가운데 40% 넘는 양이 중간에서 사라졌다면, 정비 이후에는 그 손실이 10% 안팎으로 줄었다는 의미다. 33%포인트 넘게 개선된 수치는 노후관 정비가 상수도 경영 개선에 직결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2단계 사업이 마무리되면 하루 약 2,500톤의 수돗물을 추가로 아낄 수 있을 것으로 시는 내다본다. 이는 물 수요가 몰리는 관광도시 속초에 적지 않은 의미를 갖는다. 설악산과 동해안을 끼고 연중 관광객이 찾는 속초는 숙박시설과 상업시설이 밀집해 있어 성수기와 갈수기의 물 수요 편차가 크다. 가뭄이 이어지는 갈수기에는 새는 물을 줄이는 것만으로도 급수 여력을 확보하는 효과가 있다. 신규 수원 개발에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드는 점을 감안하면, 이미 확보한 물을 아껴 쓰는 누수 저감은 가장 현실적이고 경제적인 수자원 확보 방안이라 할 수 있다.
안전 측면의 효과도 크다. 노후관에서 새어 나온 물은 지반을 약하게 만들어 땅꺼짐으로 이어질 수 있고, 수압 저하로 고층 건물이나 지대가 높은 지역 주민이 불편을 겪는 일도 잦다. 시는 정비를 통해 이 같은 안전사고와 생활 불편을 함께 줄여 나간다는 방침이다. 눈에 띄지 않는 땅속 시설이지만 시민의 일상과 안전을 떠받치는 기반이라는 점에서 투자의 필요성이 크다.
다만 과제도 만만치 않다. 우선 시험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편을 최소화하는 일이 급하다. 새벽 시간대라 해도 숙박시설과 병원, 식품 관련 업소처럼 물 공급이 끊기면 영향이 큰 곳은 별도의 사전 안내와 대비가 필요하다. 단수나 탁수 발생 가능성을 주민에게 충분히 알리고 문의 창구를 분명히 하는 세심한 행정이 요구된다. 또한 52.7㎞에 이르는 정비를 2031년까지 차질 없이 끝내려면 안정적인 재원 확보와 공정 관리가 뒷받침돼야 한다. 도로 굴착을 수반하는 공사인 만큼 교통 불편과 소음 문제도 사전에 조율해야 한다.
이병선 속초시장은 "이번 시험은 누수 지점을 정확히 찾아 노후 상수관 정비의 효과를 높이기 위한 과정인 만큼 주민 여러분의 양해와 협조를 부탁드린다"며 "사업 성과를 바탕으로 새는 물을 줄이고 관로를 체계적으로 관리해 시민들이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는 수돗물 공급 기반을 갖추겠다"고 말했다.
새는 물을 잡는 일은 눈에 띄는 성과를 내기 어렵지만, 도시의 기초체력을 키우는 일이다. 나흘간의 새벽 시험이 정확한 정비의 길잡이가 되고, 1단계에서 확인한 성과를 2단계에서 이어 가는 발판이 되기를 지역사회는 기대하고 있다.
한편, 시는 시험 기간 중 단수나 탁수 등 불편 사항이 발생할 경우 대상 지역 주민들이 시 상수도 부서로 문의해 신속한 안내를 받을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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