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계 자금이 국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중국계 자금은 국내 증시에서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사태 여파로 빠져나간 외국인 투자자의 자리를 메우면서 큰 손으로 부상하고 있다.
또 중국 은행들은 올 들어 갑작스레 대출금 회수에 나서 국내 은행들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자금 조달에 차질을 빚게 된 국내 은행들은 유럽과 북미지역 은행을 통해 급하게 돈을 빌리고 있다.
16일 금융감독원 및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증시에 들어와 있는 중국계 자금은 지난 11일 현재 4780억원으로 지난해 말 1471억원보다 무려 220% 급증했다. 특히 주식 투자잔액은 3943억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440% 늘었다.
외국인 투자자의 전체 투자액 337조1751억원에 비하면 아직 미미한 수준이지만 지난해 말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터진 후 외국인 투자자가 국내 증시를 이탈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중국계 자금 유입이 급증하고 있는 것은 이례적인 현상이다.
국내 증시로 유입되는 중국계 자금은 계속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1조6822억달러의 자금을 운용하는 중국투자공사(CIC)가 공격적인 해외 자산 확보에 나서기로 한 데다 지리적으로 가깝고 이해도가 높은 한국 증시에 대한 관심이 점차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국내 금융전문가들은 엇갈린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한 증권사 소속 애널리스트는 "중국 투자자 입장에서는 미국과 일본 등 선진 시장보다 이머징 시장인 국내 증시가 매력적일 수 있다"며 "지난해부터 빠져나가고 있는 외국인 투자자의 자리를 중국계 자금이 메워준다면 국내 증시에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전병서 한화증권 리서치본부장은 "거대한 중국계 자금이 국내 증시로 대거 유입되면 삼성전자나 포스코 등 국내 기업이 잠식당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계 자금은 은행권에서도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중국 은행들이 국내 은행에 꿔준 돈을 회수해가면서 국내 은행들은 자금 조달에 애를 먹고 있다.
지난달 말 현재 국내 은행들이 중국계 은행으로부터 빌린 자금은 32억6000만달러로 지난해 말에 비해 21.4%(8억9000만달러) 감소했다.
중국 은행들이 올 들어 대출금 회수에 나선 것은 중국 외환관리국이 단기 외채 한도를 2006년 한도의 30% 수준으로 축소하도록 지시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달러화 유동성에 문제가 생긴 중국 은행들은 해외 대출금을 일제히 거둬들이고 있다.
여기에 위안화 가치가 절상되면서 중국 내 기업들의 외화 차입 수요도 크게 증가하고 있어 중국 은행들의 대출금 회수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자금 조달에 적신호가 켜진 국내 은행들은 유럽과 북미지역의 외화 차입 규모를 늘리고 있다. 올 들어 3월까지 국내 은행들이 해외 은행에서 빌린 돈은 104억달러로 이 가운데 유럽 은행이 50억7000만달러, 북미지역 은행이 18억7000만달러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중국과 한국 간 금융거래가 활발해지면서 중국계 자금이 국내 금융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갈수록 늘고 있다"며 "이러한 현상이 약이 될지 독이 될지는 더 지켜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호 기자 gggtttppp@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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