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무리 설명한들 뭐하겠습니까. 일단 들어가면 뭔가 문제가 있긴 있구나 하고 생각할텐데, 이 상황에서 누가 들어가려고 하겠습니까?"
#2. "당초 17일 혹은 23일이 대주단 협약 마감 시한이라고 시장에서는 알려졌지만 가입시한은 없다. 또 1차로 도급순위 100위권내 건설사가 대상이란 얘기도 있지만, 그것으로 제한할 생각도 없다."
요즘 말 많은 건설사 대주단 자율협약과 관련한 당사자들의 얘기다.
사례1은 5대 건설사 가운데 하나인 대형 건설사 관계자의 항변이고 사례2는 17일 있었던 금융위원회 임승태 사무처장의 발언 내용이다.
한 쪽에서는 상대를 위한 정책이라고 애틋하게(?) 설명하는데, 정작 은혜를 입어야 할 당사자는 '살생부'라며 거부반응을 보이고 있다.
대주단협약은 대출만기 연장이나 신규 자금 지원 등을 통해 일시적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건설회사를 지원하겠다는 것이 취지다. 물론, 이에 대한 반대급부로 자산매각이나 구조조정 등이 뒤따르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도 도입 6개월이 지났지만 가입한 건설사는 사실상 전무하다.
건설업체들은 대주단 협약에 가입하는 순간 '부실'이라는 낙인이 찍히면서 진짜 부실로 내몰릴 수 있 수 있는 상황에 처할 수 있는데 왜 가입하느냐고 항변하고 있다. 한마디로 대주단 '살생부'라는 것이다.
반면 금융위나 은행연합회는 "대주단은 '살생부'가 아니라 살릴 수 있을 만한 건설사를 가입시키는 것인 만큼 재무구조 개선을 목적으로 한 '상생부'"라고 강조한다.
대주단 가입을 회피하는 건설사에 문제는 있다. 지금의 사태는 누가 뭐래도 1차적인 책임이 바로 건설사 자신에게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는 것도 사실이고 두둔할 생각도 없다.
그러나 금융당국의 최근 행보를 보면 신뢰성에 대해 의구심을 가질 수 밖에 없다.
얼마전 은행연합회는 대주주 가입이 저조하자 5개 건설단체에 공문을 보내 100대 건설사의 단체 가입을 주문했다. 빠지면 향후 지원이 없을 것이라는 엄포(?)성 경고도 함께 있었다. 힘이 있으니 가능했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대주단 협약이 살생부가 아니라 상생부가 되기 위해서는 상호간의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상황은 아니다. 대주단 활동에 대한 정보가 너무 부족하다.
대주단(또는 주채권은행)의 결정에 모든 것을 내맡겨야 하는 상황에서 건설사들이 대주단 협약을 선뜻 받아들일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서 출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안의 성격상 정보의 완전 공개는 어렵다고 하지만 최소한 범위와 향향, 일정 등에 대해서는 공유가 되어야 서로 믿고 의지할 수 있을 것이다.
머리보다 가슴으로 와 닿는 정책이 필요할 때도 있다.
김영배 기자 young@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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