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공급을 위한 정부의 금리 인하 조치에도 은행들이 대출을 꺼리면서 시중에 자금이 충분히 돌지 않아 유동성 증가세가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다만, 지난해 말 큰 폭으로 떨어졌던 기업대출은 올 들어 증가세로 돌아섰다.
11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08년 12월 중 통화 및 유동성 지표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광의통화(M2. 평잔)는 전년 동기 대비 13.1% 늘어나는데 그쳐 전달의 14.0%에 비해 증가폭이 크게 위축됐다. 한은은 올 1월에는 12% 내외로 급락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M2 증가율은 지난해 5월 15.8%를 기록한 이후 7개월 연속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다.
금융기관 유동성(Lf. 평잔) 증가율은 지난해 12월 10.4%로 전달대비 1%포인트 떨어졌고 총유동성을 나타내는 광의유동성(L. 말잔)도 같은 기간 11.5%에서 10.6%로 둔화세를 보였다.
한은은 기업대출을 중심으로 민간신용 증가세가 위축됨에 따라 통화 유동성 증가율이 하락한 것으로 보고있다.
하지만 올해 들어 기업대출은 계절적 요인으로 증가세를 띄었다.
'2009년 1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예금은행의 기업대출은 전달보다 5조9000억 원 늘었고 대기업 대출과 중소기업 대출은 각각 3조3000억, 2조7000억 원 증가했다.
기업대출 증가액은 지난해 10월 7조3000억 원에서 11월에는 3조5000억 원으로 '반토막'이 났고 12월에는 아예 감소세(-6조6000억 원)로 돌아섰다.
김현기 한은 금융시장국 차장은 "지난해 말 일시상환됐던 자금이 다시 대기업 대출로 나가고 설자금 지원과 부가세 납부수요로 중기 대출도 늘어나는 등 계절적 요인이 크게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달 1조7000억 원이 감소했다. 가계대출이 줄어든 것은 지난해 1월(-7000억 원) 이후 처음이다. 설 상여금 지급 등으로 마이너스통장 대출 수요가 크게 줄어든 데 따른 것으로 한은은 분석했다.
당국의 유동성 공급으로 채권 금리가 떨어지면서 채권발행을 통한 기업 자금조달은 비교적 활발해졌다.
일반기업의 회사채(공모) 순발행은 지난달 4조4000억 원으로 월간 기준으로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고 기업어음(CP) 순발행도 12월 1조6000억 원에서 1월 4조7000억 원(1월 20일 기준)으로 확대됐다.
한편 정부의 유동성 공급과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시장에 자금이 유통되지 않는 '유동성 함정'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어 정부가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전종우 SC제일은행 연구원은 "기준금리 인하와 같은 간접적인 방법보다는 정부가 유동성 공급을 위한 기관을 설립해 국고채나 회사채, 기업어음(CP) 매입에 나서야 한다"며 "이같은 완화정책을 통해 시장의 자금경색을 조금이나마 풀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자본 흐름을 유도하기 위한 자본확충펀드와 같은 완충장치들을 이용하려는 은행들이 아직 많지 않지만 대출 연체율이 높아지는 등 은행의 부실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어 향후 자본확충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유경 기자 ykki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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