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LG전자, 현대자동차, SK텔레콤 등 한국을 대표하는 대기업들이 신성장 동력확보와 글로벌 시장 선점을 위해 각자의 장점을 활용한 연구·개발(R&D) 분야 제휴·협력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권오현 삼성전자 사장과 백우현 LG전자 사장은 지난 27일 서울 양재동 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시스템반도체산업상생협력에 관한 양해각서’ 체결 행사에 참석해 글로벌 디지털 TV 수신용 칩을 공동개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두 회사는 앞으로 글로벌 디지털 TV 수신용 시스템칩(SoC)을 공동개발하게 된다. LG전자가 중소 반도체 설계업체와 공동으로 설계를 맡고 삼성전자가 생산을 맡는 방식이다.
SK텔레콤도 국내의 반도체 설계기업인 (주)카이로넷 등과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부가가치가 높고 성장성이 큰 ‘와이어리스 컨넥티비티 SoC’ 를 공동개발하기로 했다.
무선통신 서비스기업인 SK텔레콤이 시스템반도체 R&D에 참여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SKT는 이번 시스템칩개발로 그간 수입에 의존해 오던 Wifi 및 GPS용 반도체 칩의 수입대체효과(연간 8000억원)을 거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에 앞서 지난 16일에는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가 자동차용 반도체를 공동개발하기로 하고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삼성그룹과 현대․기아차 그룹은 지난 4월에도 계열사인 현대모비스와 삼성LED가 자동차 헤드램프용 LED 및 모듈의 공동개발을 위해 기술 협력 계약을 맺었다.
이밖에도 현대․기아차가 최근 선보인 ‘아반테 LPi 하이브리드’와 ‘포르테 LPi 하이브리드’에 들어가는 리튬이오 배터리는 현대자동차가 LG화학과 함께 개발한 것이고, LG디스플레이와 현대중공업은 4세대 LCD운반용 로봇을 공동 개발해 LG디스플레 파주공장에 설치할 예정이다.
그동안 ‘서로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관계를 유지해 온 국내의 대기업들이 최근 들어 이처럼 활발하게 제휴와 협력에 나서는 배경에는 우선 글로벌 경기침체로 국제경쟁이 더욱 치열해 진 것을 꼽을 수 있다.
자동차용 IT시스템과 디지털TV, 2차 전지 분야는 미국, 일본과 국내 기업들의 경쟁이 매우 치열한 분야이다. 따라서 서로 다른 분야에 강점을 가진 국내 기업들끼리 제휴해 제품경쟁력을 강화하고 시장에서의 주도권을 놓치지 않겠다는 속뜻이 담겨있다.
두 번째로 국내 기업들의 기술 수준이 세계적 수준에 올라서 있는 것도 대기업간 제휴․합병이 활발해진 요인이다. 과거에는 기업들이 해외기업과의 제휴를 통해 자신이 부족한 기술 를 보충하려 했다면 이제는 국내기업들의 기술수준이 세계적 수준에 도달해 국내기업간의 제휴로도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마지막으로 최근 들어 시장의 변화가 빠르고 제품수명이 짧아지면서 기업들의 연구․개발(R&D)비용이 급격히 늘어남에 따라 비용절감에서 다른 회사와의 제휴 필요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한국경제연구원의 이병기 선임연구위원은 “디지털 시대에는 제품의 수명주기가 줄어들 수 밖에 없고 반도체의 사례에서 보듯 새로운 시장을 선점하는 기업만 살아남을 수 없다”며 “이에 따라 기업들의 선행투자에 대한 부담이 커질 수 밖에 없어 기업간 합종연횡이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아주경제= 이형구 기자 scaler@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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