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경영진 적격성 사전심사 논란

은행장과 부행장 등 은행 경영진의 자격 요건을 강화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이 과정에서 은행 경영진의 적격성 여부를 사전에 심사하는 제도의 도입을 검토 과제로 제시해 `관치금융' 논란이 일고 있다.

19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최근 금감원은 이런 내용의 `위기 이후의 금융감독과제' 보고서를 작성했다.

금감원은 영국 금융감독청(FSA)이 지난 3월 금융위기의 원인과 금융감독업무의 개선 방안을 담아 발표한 '터너 리포트'를 참조해 이 보고서를 만들었다.

금감원은 보고서에서 은행 경영진의 자격에 적극적 요건을 도입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현행 은행법과 감독규정상 금융 관련 법령 위반으로 벌금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그 집행이 5년이 끝나지 않는 사람, 금융당국으로부터 문책 경고 이상의 제재를 받은 지 일정 기간이 지나지 않는 사람 등은 은행 임원이 될 수 없다.

여기에 금융회사에 일정 이상 근무 등 업무 경험과 전문성, 청렴성을 추가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또 은행이 경영진을 주주총회에서 선임하기 전에 금융당국으로부터 이런 요건을 충족하는지 심사받는 제도의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금감원의 입장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과거에는 은행 임원에 대한 자격심사 제도가 있었으나 1992년 규제 완화 차원에서 폐지됐다"며 "은행을 제대로 이끌 자격이 있는 사람이 경영진이 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영국의 경우 적극적인 자격심사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국내에 이 제도를 도입할 경우 금융당국이 은행 경영진 선임에 영향력을 행사하게 되고 결국 경영 자율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금융계에서 나오고 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금감원이 만든 보고서는 금감원의 독자적인 의견일 뿐"이라며 "관치금융 논란에 휩싸일 수 있고 국회에서 은행법을 고치기도 쉽지 않아 현재로선 도입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애초 금감원은 지난달에 은행 경영진의 자격 요건 강화를 비롯해 임직원 보상체계 개혁, 헤지펀드 감독 강화 방안 등을 담은 `한국판 터너 리포트'를 발표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금융위가 구체적인 개선 방안은 국내 실정과 국제적 논의 과정을 고려해야 하고 법령 개정과도 관련있는 만큼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제시하며 제동을 걸어 금감원의 발표가 무산됐다.

이는 국내 금융정책을 총괄하는 정부 기관인 금융위와 민간 감독기구인 금감원의 주도권 싸움으로 비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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