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침체가 완화되면서 중국이 통화 유동성을 회수하고 있어 한국은행의 선택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현재 정부의 반대에 가로막혀 기준금리를 못 올리고 있는 한은으로서는 중국의 통화량 조절이 기준금리 인상의 강력한 명분을 제공해주고 있다.
전문가들은 아직 정부의 금리동결 의지가 강력하지만 금리가 소폭 올라도 통화 완화 기조는 지속되는 만큼 한은이 빠르면 1분기 중에 금리를 올릴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28일 한국은행과 금융권에 따르면 중국 인민은행은 지난 11일 200억 위안 규모의 1년물 국채 수익률을 8bp 높이고, 2000억 위안의 자금을 환매조건부채권(RP) 매각을 통해 흡수했다. 또 지난 12일에는 지급준비율을 50bp 올렸다.
글로벌 경기침체에도 중국 경제가 빠른 성장세를 보이자 중국 인민은행이 통화량 조절에 나서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중국 은행권 대출이 최근 6000억 위안 급증하는 등 기대 인플레이션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한국의 최대 교역국이자 G2로 부상한 중국이 시중 통화량을 줄이자 한은의 결정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동안 한은은 정부의 반대에 막혀 기준금리 인상 의지를 꺾어왔다. 하지만 중국의 통화량 조절이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리는 데 충분한 명분을 제공한다.
또 정부는 기준금리 인상 반대의 이유로 '글로벌 공조'를 강조해왔으나 경기 회복세가 빠른 국가들이 금리를 속속 올리고 있어 정부의 주장을 무색케 하고 있다.
지난해 주요 20개국(G20)에 속한 호주가 기준금리를 인상한데 이어 노르웨이와 이스라엘도 기준금리를 올렸다. 미국은 유동성 회수 방안을 마련키로 했다.
전문가들의 판단도 한은이 기준금리를 1분기 중에 올릴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오석태 SC제일은행 글로벌마켓총괄본부 상무는 "현재 기준금리 인상을 둘러싼 문제는 경제 상황보다는 정책 담당자 간 입장 차에서 비롯되고 있다"며 "하지만 중국이 통화량 조절에 돌입해 한은으로서는 충분한 명분을 얻었고 올 1분기 중에 50bp 인상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건우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도 "상당히 오랜 기간 동안 2.0%의 저금리 기조가 이어진만큼 한은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며 "기준금리가 올라도 재정 정책 운영에 큰 부담은 없기 때문에 한은이 1분기 중 50bp 정도를 올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HSBC도 이날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0.2%라는 연간 실질 GDP성장률 수치를 보면 한국경제가 다소간의 경기 팽창을 보이고 있다고 본다"며 "한은이 1분기 중 기준금리를 25bp 올릴 것"이라로 전망했다.
씨티그룹과 노무라증권도 올해 연중 기준금리를 125bp, 150bp 올릴 것으로 각각 전망하고 있다.
한편 한 금통위원은 "한은이 금리를 현 수준에서 0.5%포인트 높이거나 낮춰도 정부가 재정 정책을 펼치기에는 큰 무리가 없다"고 말해 기준금리 인상 의지를 나타낸 바 있다.
아주경제= 김유경 기자 ykki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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