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쩡한 복사기 교체에 20억, 국회 CCTV설치 4억...혈세 낭비
국회 의원실, "복사기 교체 필요성 못느껴"
국회사무처가 20억원의 예산을 들여 국회의원들이 사용하는 멀쩡한 복사기의 교체를 추진하고 있어 예산낭비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16일 국회사무처 및 운영위원회 등에 따르면 국회 내 의원회관의 복사기가 최신형으로 전면 교체될 예정이다.
현재 의원회관에서는 300여대의 복사기가 사용되고 있다. 이 모든 복사기를 최신형 복합기로 교체할 경우 약 20억원의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된다.
국회사무처 유상조 관리과장은 "컬러 복사 기능과 복사기의 네트워크 기능을 추가하기 위해서 전면 교체를 준비하고 있다"며 "한달 이내로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교체될 복사기의 대부분이 고장과 노후증상이 없는 '깨끗한' 복사기여서 교체 필요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것.
국회사무처에 따르면 현재 복사기들은 2004년 17대 국회 개원시 일괄 교체된 것이다. 감사원 등 정부 부처의 복사기 평균수명이 7∼8년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조기에 복사기를 전면 교체하는 것은 예산낭비의 전형이라는 지적이다.
실제 최신형 복사기 교체로 수혜를 입게 될 의원회관실의 직원들마저 정작 사무처를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교체를 요구하지도 않았을 뿐더러 하루에 100장 이상 복사를 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왜 굳이 돈을 들여 최신형으로 교체하겠다는 건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한 의원보좌관은 "우리 의원실은 복사기를 많이 사용하는데 지금까지 한번도 고장 난 적이 없다"면서 “가끔 고장이 나거나 문제가 생겨도 상주하는 관리팀이 있어 앞으로 4~5년은 더 쓸 수 있다”며 복사기 교체에 의문을 표시했다.
또 다른 보좌관은 "최근 국회사무처로부터 복사기에 관한 시설 현황조사 공문을 받았는데 그곳에 별다른 문제점을 적지 않았다"며 "다른 의원실도 대부분 그렇게 제출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왜 복사기를 교체하려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나라 살림이 허투루 쓰이지 않도록 살펴야 할 국회가 관행적으로 자기 예산은 낭비해 온 셈이라고 비판하며 특히 이번 기회에 국회 예산이 효율적이고 합리적으로 쓰일 수 있도록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법률소비자연맹의 홍금애 이사는 "국회의 예산낭비는 이전 국감에서도 여러 번 지적됐던 사안"이라며 "제도적 보완을 통해 이런 낭비를 막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 연말 통과된 국회사무처의 올해 예산을 들여다보면 예산낭비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올해 국회 청사 유지 및 관리사업 중 건설비 예산은 작년 70억6500만원보다 13억4000만원이 증액된 84억500만원이다.
의정관 및 청사 건물 외곽 CCTV 설치에 4억원의 예산을 책정했다. CCTV 추가는 당장 국회 사찰이 강화될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민주당 전병헌 의원은 “기본적으로 2010년 예산이 졸속 날치기 처리되면서 제대로 심사하지 못했던 폐해가 드러나고 있다.
모두 국민들의 피 같은 세금”이라며 “여야를 떠나서 이런 사업들은 중단되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국회사무처의 예산낭비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사무처는 2년 전 18대 국회 개원 당시 22억4300만원을 들여 새로 선출된 의원 노트북 컴퓨터 299대와 의원실 데스크톱 컴퓨터 598대를 최신형으로 바꾸는 한편, 4억원을 들여 의원 사무실에 있는 멀쩡한 책상 200여개를 최고급으로 바꿔 예산낭비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정치팀
[아주경제 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