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가 투자자문사의 운용자문을 받아 고객의 돈을 굴리는 형태로 운용되는 랩 상품의 기대수익률이 펀드보다 높아 투자자금이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랩상품 운용은 기대수익률이 높은 대신 리스크가 커 투자자의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 14일 현재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하나대투증권, 우리투자증권, 대우증권, 현대증권의 자문사 연계 랩어카운트 잔고는 총 1조1000억원 가량이다.
지난 3월말 5200억원 수준이었던 자문형 랩 규모가 불과 한달 보름만에 두배 넘게 증가한 것이다. 반면 같은 기간 국내 주식펀드에서는 3조3000억원이 빠져나갔다.
높은 수익률 덕분이다. 지난해 1월 설정돼 가장 규모가 큰 삼성증권 케이원1호 자문형 랩 경우 누적수익률이 156.4%다. 같은기간 코스피대비 103.8%포인트 높은 수익을 올렸으며 최근 한달 수익률도 17.8% 달한다. 한국투자증권 어드바이스브레인랩도 연초이후 수익률이 20%에 육박한다.
증권사들의 적극적인 마케팅도 인기의 비결이다.
최근 금융당국이 펀드판매보수를 향후 3년간 1% 아래로 낮추도록 유도하면서 연 6000억원 가량의 수익이 줄어들 예정이다. 대체 수익원 마련이 시급한 증권사가 찾은 것이 바로 랩 상품이란 설명이다.
랩 상품은 평균 연 1~3% 수수료로 펀드와 비교가 안되는 데다 매매회전율도 높아 증권사 입장에선 금상첨화다.
문제는 투자자들이 '기대수익은 높지만 리스크도 그만큼 높은' 랩 상품의 특징을 분명히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랩은 주식비중을 0~100%까지 탄력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데다 편입종목 제한도 거의 없어 운용능력에 따라 부침이 심하다.
일부 종목을 집중적으로 사담아 주가가 올라가면 해당종목을 보유하고 있는 랩상품 수익률이 상승하고, 다시 이를 내세워 돈을 끌어들이는 식이다. 즉, 자문형 랩의 높은 수익률이 착시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국내 증권사의 자문사랩은 최근 주가가 많이 오른 삼성전기, 제일모직 등 특정 종목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금융위기 같이 주가가 곤두박질 칠 경우 수익률이 걷잡을 수 없이 하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도 "고수익을 보장하는 등 영업 행태나 판매관행 측면에서 불완전판매 가능성은 여전해 (자금) 쏠림현상이 확인될 경우 영업 행태 등을 꼼꼼히 살펴볼 계획"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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