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정수영 기자) "경의선 복선전철이 개통된지 1년이 다되는데, 수혜는 거의 없어요. 실수요자라면 모를까 투자자들의 관심이 끊기니 부동산 거래가 있겠어요? 아니 팔아달라는 전화는 계속 오고 있죠."
파주시 문산읍 접경지역 인근 K부동산중개사무소 사장. 서울에서 파주로 사무실을 옮긴지 4년이 됐다는 그는 그만 이 곳을 떠날 생각이란다. 약 2년 새 남북관계가 소원해지면서 덩달아 부동산 시장도 냉기가 돌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부동산이 전반적으로 침체된 탓도 있지만, 남북 접경지역으로서의 호재가 살아지니 다른 산업 투자도 줄어들면서 자연스럽게 부동산도 하락세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참여정부 때와 현 정부의 대북정책이 달라지니 파주지역에 대한 투자경향도 확연히 달라지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천안함 침몰 등으로 남북 관계가 악화되면서 접경지역인 경기 북부 지역 부동산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이미 이 지역은 3년전 한꺼번에 쏟아진 분양물량의 입주시기와 맞물려 분양가보다 싼 분양권이 부동산 중개업소마다 5~6개씩 쌓여있다.
이 상황에서 천안함 침몰원인이 북한의 소행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오면서 향후 부동산 시장이 더 침체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파주 아파트값 하락세 두드러져
실제로 파주시 부동산은 눈에 띄는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천안함 침몰 원인 조사결과가 발표된 지난주의 경우 경기도에서 파주시가 0.38%로 가장 많이 하락했다.
파주 문산읍 파주힐스테이트1차 158㎡(48평형)가 4억2140만원에서 4억원으로 일주일 만에 2000만원 이상 떨어졌다.
부동산114 조사에서도 천안함 사건이 발생한 지난 3월26일 대비 이날 현재 경기 파주의 아파트값은 1.31% 하락했다. 같은 기간 고양과 김포도 각각 1.46%, 0.99% 떨어져 경기 북부지역의 하락률이 전국 평균(-0.5%)에 비해 낙폭이 컸다.
파주의 경우 하반기에만 교하신도시와 문산 등에 1만가구가 넘는 입주 물량이 몰려 있어 우려의 시선이 많다.
김규정 부동산114 컨텐츠 팀장은 "파주지역 아파트 가격이 하락하는 것은 단지 천안함 사건 때문만은 아니다"며 "이 일대 입주물량이 많은데다 부동산 시장의 전반적 침체를 함께 봐야 한다"고 말했다.
◆접경지역 토지시장..'썰렁'
파주시 토지시장도 썰렁하기는 마찬가지다. 특히 접경지역은 더 상황이 어렵다. 파주 문산읍 당동면 인근은 공공택지인 당동지구 조성으로 한창 기대치가 높았지만 최근 들어서는 거래가 아예 없는 상황이다.
이 인근 H공인중개사 사장은 "작년부터 계속 땅값이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거래가 없어 지금은 아예 시세조차 형성되지 않고 있다"며 "이번 천안함 사건이 결정타여서 여기 투자자들은 거의 망치로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문산첨단산업단지가 들어설 당동지구는 당초보다 사업 진행이 늦어지고 있고, 상업용지의 경우 상가가 단 하나만 들어서 있다. 사업자들도 투자 자체를 꺼리고 있다는 얘기다.
◆분양 앞둔 건설사 '울상'
파주에 분양을 앞둔 건설사는 울상을 짓고 있다. 심리적 요인이 크게 작용하는 부동산 시장에 남북관계 악화가 악재로 작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스피드뱅크에 따르면 오는 6월부터 연말까지 파주시에 분양예정인 물량은 8개 사업장에 6740가구(일반분양 6740가구)다. 하지만 분양을 계획대로 진행할 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우선 6월에 분양예정인 교하신도시 물량의 경우 아직 분양시기가 확정된 곳은 없다. 한라건설의 경우 당초 계획대로 가능한 6월 분양을 진행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삼성중공업과 동문건설은 분양시기를 늦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남북관계 뿐만 아니라 넘치는 입주물량과 맞물려 분양이 잘 안될 수 있어 시장을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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