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유경 기자) 한국은행이 내는 물가통계가 잘못됐다면. 통계자료가 반쪽짜리라면.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될 일이다. 한은은 철저한 경기 조사를 통해 이를 분석하고 통화정책을 시행해 건전한 경제성장을 유도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출입물가 산출 과정에서 '서비스' 교역이 빠져 있는 것은 문제로 지적된다. 현재 한은은 수출입액의 2000분의 1 이상인 '상품' 교역만을 수출입물가의 산출 근거로 삼는다.
올 상반기 외국과의 서비스 교역은 총 772억1000만 달러. 상품거래 규모 4253억8000만 달러(통관기준)의 5분의 1에 해당하는 엄청난 규모다. 더구나 한국은 서비스 교역에서 올 상반기 102억10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하는 등 만성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서비스 가격은 대외 경기여건과 현지 물가에 반응하는 등 가격 탄력성이 높아 국내 소비시장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국내 서비스 물가의 경우 생산자 단계에서 차지하는 가중치는 26.4%(2005년 기준)에 불과하지만, 소비자 단계로 넘어오면 60.4%로 급등한다. 수입 서비스가 국내 유입 과정서 발생하는 수급 여건 등 각종 변수를 감안하면 국내 서비스 물가보다 가중치 증가폭이 더욱 클 것으로 추정된다.
가격 결정권이 해외에 있는 점도 서비스 수출입물가 측정의 중요성을 높여준다.
또 자유무역협정(FTA) 확대로 의료·교육·법률 등의 서비스가 국내로 직접 들어올 경우 해외 물가가 직접 연동돼 파급효과는 더욱 커지게 된다.
수출입물가에서 서비스 교역 통계를 산출해야 하는 이유다.
현재 한은은 관련 통계 작성을 추진 중이지만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지 물가와 전세계 서비스의 흐름 및 가격 변동을 종합적으로 수치화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현재 전세계에서 수출입물가의 서비스 항목 통계를 산출하는 국가는 극히 일부이며, 통계 선진국인 미국도 2개 수치를 산출하는데 그친다는 게 한은 측 설명이다.
하지만 설립 목적이 '물가 안정'인 한은에게 있어 객관적이고 시의성 있는 통계작성은 반드시 필요하다.
올해 전세계 무역거래가 10% 가량 성장하고 내년 한국의 무역이 1조 달러를 넘어서는 등 글로벌 경기회복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서비스 교역 물가 통계의 필요성이 더욱 강조되는 시점이다.
앞으로 중요 이슈로 떠오를 통계를 작성하고 이에 대한 선제적 통화정책을 펼치는 것이 국민과 시장이 바라는 한은의 역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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