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증현 장관, 위기관리대책회의에서 "경기부양 효과 저소득층에 확산되고 있다" 발언
-윤 장관 발언 배경 및 실제로 트리클다운 효과 내고 있는지 진단
(아주경제 김선환 기자) 경제부처 수장인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경기회복의 효과가 저소득층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밝혀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윤 장관은 18일 오전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위기관리대책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경기회복의 효과가 저소득층까지 확산되면서 소득격차도 완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윤 장관의 이날 발언에 대해 최근 경기회복의 기운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자신감의 발로로 해석하고 있다. '트리클다운 이펙트(낙수효과)'를 현실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라는 것.
그러나 일시적인 착시효과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경제위기를 거치면서 막대한 재정을 투입한 결과 저소득층의 소득이 다소 오른 것일 뿐 근본적 해결책은 요원하다는 것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이라는 과제도 험난하다.
◆ 저소득층 씀씀이는 오히려 줄어
정부는 집권 초기 전대미문의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친(親)기업' 정책을 표방했다. 최근 이같은 기조에는 분명한 변화가 감지됐다. 거시정책의 큰 틀을 ''친(親)서민·친(親) 중소기업' 등으로 바꾸고 대·중소기업의 상생과 계층간 양극화 축소를 부르짖어 왔다. 윤 장관의 이날 발언은 이런 기조와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실제 지난 2·4분기 가계소득은 크게 늘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2분기 전체 계층의 가계소득 증가율은 2003년 이후 가장 높은 7.7%를 시현했다.
이 가운데 소득 수준 하위 20%가구인 1분위 소득 증가율이 17.9%로 가장 컸다. 소득5분위 배율도 2004년 이후 최저수준으로 개선됐다.
그러나 이를 두고 저소득층과 고소득층간 소득격차가 줄었다고 단정짓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지난 2분기 소득 1분위 가처분소득(소득-소비지출)이 늘어난 데에는 씀씀이를 줄인 게 컸다.
2분기 소득계층별 평균소비성향(처분가능소득에서 소비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을 보면 1분위가 136.6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54.1)보다 17.5포인트 줄었다.
반면 최고 소득층인 5분위의 올 2분기 평균소비성향은 62.5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불과 0.8포인트 줄어드는 데 그쳤다.
2분기에 1분위 계층의 소득 증가율만을 놓고 볼때는 17.9%로 상위계층을 웃돌긴 했지만 절대적인 소득수준이 낮다는 점에서 의미는 반감된다는 지적이다.
◆ 中企, 경기회복 업종별 양극화
중소기업에서도 경기회복의 훈풍이 불지 않는 것은 매한가지다. 경영실적이 크게 호전되고 있는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의 경영여건은 별반 차이가 없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원자재가격이 18.8%나 올랐음에도 납품단가는 1.8%에만 반영되는 등 협력업체와 상생을 꾀해야 하는 대기업이 `문 닫지 않을 정도의 이윤'만 보장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경기회복에 따른 낙수효과를 기대해 왔던 중소기업으로서는 오히려 상대적 박탈감만 심화시키고 있다.
업종별 양극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특히 휴대전화와 반도체, 전기·전자 등 IT(정보통신) 업종과 자동차 등의 업종과 기타 업종과의 경영환경이 대조되고 있는 것.
참여연대 관계자는 "최근엔 대기업들이 소매 슈퍼뿐만 아니라 진출하지 않는 영역이 없다"며 "정부가 나서서 중소기업을 살리겠다는 와중에 같은 중소기업 영역인 '중소자영업자'들은 고사 직전에 있다"고 토로했다.
◆ 일자리 향상 착시효과?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가 하방으로의 경기회복 확산을 자신하고 있는 이유는 뭘까.
이와 관련 재정부 관계자는 "고용이 늘어나고 있지 않느냐"면서 일자리 창출이 저소득층 소득창출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도 반론이 적지 않다.
중소기업 밀집지역인 경기 안산 반월공단내 한 화학기업 관계자는 "최근 공단내에서 구인광고가 뚝 끊기다 시피 했다"면서 "고작 잘 나가는 전자 업체 몇군데에서만 사람을 뽑고 있다"고 전했다.
물가 역시 서민들의 삶을 어렵게 하고 있다.
김상조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는 "정부가 트리클 다운 이펙트가 살아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실제 서민삶과는 괴리가 있다"며 "이럴 때 일수록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shki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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