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영욱·이정은 기자) 벨기에 브뤼셀에서 이틀간의 일정으로 4일(현지시간) 개막한 제8차 아시아ㆍ유럽 정상회의(ASEM)가 글로벌 '환율전쟁'의 전운에 휩싸였다. 원자바오 중국 총리가 위안화 절상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 유럽과 중국의 환율 공방 도화선에 불을 댕겼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원 총리는 이날 개막연설에서 "우리는 거시경제정책을 조율하고 출구전략 시점과 속도에 유의해야 하며 주요 통화의 환율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공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위안화 환율을 급격하게 조정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장 클로드 융커 유로존(유로화를 쓰는 16개국) 재무장관회의(유로그룹) 의장 대변인은 "위안화 환율은 전적으로 저평가돼 있다"며 "중국 정부의 위안화 저평가 정책은 세계 경제 불균형을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중국이 강대국으로서의 책임을 다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융커와 장 클로드 트리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올리 렌 유럽연합(EU) 경제ㆍ통화정책담당 집행위원은 이날 중국 대표들을 직접 만나 위안화 절상을 압박하기도 했다.
카렐 데휘흐트 EU 통상담당 집행위원도 위안화 환율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데휘흐트 위원은 이날 브뤼셀에서 블룸버그TV와 가진 회견을 통해 "중국의 위안화 저평가정책은 심각한 문제"라며 "EU와 미국의 위안화 절상압력이 효과를 거둘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유럽 제조업체들이 앞으로 중국의 수출보조금 의혹과 관련해 더 많은 불만을 제기할 수 있다"고도 경고했다. 지난 6월 중국이 달러 페그제를 포기한 이후 달러 대비 위안화 가치는 2% 이상 절상됐지만 유로화에 대해서는 오히려 9% 넘게 하락해 유럽 기업들의 불만은 커질 대로 커진 상황이다.
한편 이명박 대통령은 5일 ASEM 폐막 직후 동북아ㆍ남아시아(NESA) 그룹 조정국 정상 자격으로 제8차 ASEM 결과를 설명하는 공동 기자회견에도 참여하는 등 마지막날 일정을 소화했다.
이 대통령은 원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간 협력 제고방안을 협의하는 한편 최근 중국이 미국과 갈등을 빚고 있는 환율문제도 논의했다. 또 오는 11월 서울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의 성공적 개최를 위한 협조와 지원을 요청하는 동시에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국제적 지지 기반을 넓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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