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재호 기자) 통화옵션상품인 키코(KIKO)에 가입했다가 피해를 본 기업들을 위한 유동성 지원(패스트트랙)이 올해 말로 종료된다.
관련 기업들은 벌써부터 유동성 위기를 우려하며 지원방안을 연장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금융당국과 은행권은 추가 지원에 난색을 표하고 있어 양측의 갈등이 더욱 격화될 전망이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2008년 키코 사태가 터지자 은행권은 기존 키코 계약을 대출로 전환하고 상환 만기를 연장해주는 방식으로 1조8000억원 가량의 유동성 지원에 나섰다.
이후 두 차례 연장돼 최종적으로 올해 말 패스트트랙을 종료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대해 키코 가입 기업들은 패스트트랙 연장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키코 가입으로 손실을 입은 한 중소기업 대표는 "은행에서 대출 상환을 독촉하고 만기 연장을 원할 경우 담보를 추가로 제공하라고 압박하고 있다"며 "키코 가입에 따른 환차손에 경기 악화로 인한 수익성 악화까지 이중고를 겪고 있어 대출 상환이 여의치 않다"고 토로했다.
정치권과 시민단체도 추가 지원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한나라당 정옥임 의원은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키코 피해 기업에 대해서는 올해 말로 종료되는 특별보증을 연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도 지난 18일 성명서를 통해 "키코 가입 기업과 은행 간의 소송이 장기화하면서 피해가 커지고 있다"며 "부도 위기로 내몰리는 업체들이 늘고 있는 만큼 소송 결과가 나올 때까지 지원방안을 한시적으로 연장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금융당국과 은행권은 패스트트랙 연장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금융감독원 기업재무개선지원단 관계자는 "패스트트랙을 내년까지 연장할 가능성은 낮다"며 "지식경제부와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금감원, 은행연합회 등 관계 기관이 협의를 해야 하지만 시급한 사안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이 관계자는 "시한이 만료돼도 기존에 패스트트랙을 신청한 업체는 계속 적용된다"며 "신규 신청만 중단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도 "패스트트랙은 금융위기 이후 자금난에 시달리는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대책으로 키코 기업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며 "국가적인 차원에서 검토해야 하는 사안으로 개별 은행이나 연합회 차원에서 결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언제까지 지원을 계속할 수는 없다"며 "적당한 시점에서 끊을 필요가 있으며 시간이 지날수록 이 같은 논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고 전했다.
금융당국은 일각에서 키코 피해 기업을 위한 지원기금 설립안을 제기하고 있는 데 대해서도 고려한 바 없다고 일축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다양한 방안을 고민하고 있지만 기금을 조성해 지원하는 데 대해서는 부정적"이라고 밝혔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일부 언론 보도를 통해 기금 조성안이 제기됐지만 내부적으로 검토한 적이 없다"며 "관계 기관들도 같은 반응을 보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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