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차현정 기자)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가 궁지에 몰렸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부주석이 이명박 정부는 한반도 평화훼방꾼‘이라고 주장했다는 그의 발언을 중국 정부가 공식 부인하면서다. 즉각 청와대와 한나라당은 대대적인 공세를 퍼붓기 시작했다.
정두언 한나라당 최고위원은 22일 한 라디오에 출연, “국제적인 망신이다. 앞으로 외국 지도자들이 한국 정치인에 대해 신뢰를 하겠느냐”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중국 부주석이 그렇게(이명박 대통령이 남북관계의 훼방꾼) 이야기했다고 해도 그런 이야기를 공개하면 안 된다. 아무리 정치적 이익이 달려있다고 해도 국제관계의 상식을 벗어난 발언을 한다는 것이 너무나 창피한 일”이라고 개탄했다.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장인 같은 당 남경필 의원도 “어제(21일) 외통위 회의에서도 ‘박 원내대표가 너무 많이 나갔다’는 평가가 다수였다”며 “과거 청와대 브리핑에 대한 ‘마사지’가 심했다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정상이나 국가 중요 지도자 발언에 대해선 이를 금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이 문제에 대해 국회가 정색을 하고 (상임위) 증인채택을 통해 문제를 키우는 것은 국익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시각이 상당히 많다”고 덧붙였다.
박선영 자유선진당 대변인 역시 “박 원내대표의 정치생명을 접어야 할 정도로 큰 사건”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국민사과를 해야 할 박 원내대표가 마치 중국이 거짓말하는 것처럼 ‘국익을 위해 이쯤에서 접겠다’고 하는 것은 제1야당 원내대표로서 할 일이 아니다. 사과를 제대로 하고 자리에서 물러나는 게 도리”라고 강조했다.
앞서 21일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을 통해 “(박 원내대표의 발언 진위에 대해) 확인해 본 결과 이런 발언은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 “우리는 관련보도와 한국 정부의 해명과정을 주의 깊에 지켜보고 있다”고 전했다.
같은 날 청와대는 김희정 대변인을 통해 “박 원내대표가 거짓말을 한 것이 분명히 드러났다. 국민들을 현혹시켰고 중국에 대해서는 대단한 외교적 결례를 했다”고 비난했다.
이에 대한 민주당 내 의견은 다소 엇갈렸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2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번 일의 본질은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이 한반도 평화를 증진시키느냐 후퇴시키느냐, 또 중국 지도자들 눈에 어떻게 비치고 있는지를 되돌아보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본질을 외면한 채 특정 표현이 있었으냐 없었느냐에 매달리는 이명박 정부가 밖에 성숙하게 비치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중국이 박 원내대표의 전언이 사실에 부합되지 않는다고 부인한 데 대해 “우리는 중국 정부의 외교적 입장을 충분히 이해한다”며 “중국 정부가 어떤 표현을 쓰든 동북아 정세를 둘러싼 한중간 정책이 구조적으로 충돌하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인영 최고위원은 “박 원내대표의 말에 대한 청와대와 여권의 대응은 한마디로 한심하다”며“문제의 본질은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 한반도정책의 무능함과 무책임에 있다. 말꼬리나 잡는 행태는 안된다”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 중진인 문희상 의원은 “차기 중국 지도자가 될 분과 우리 대통령과 관련된 발언을 쉽게 얘기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라고 말해 “부적절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같은 상황 전개에 박 원내대표는 당초 “지금까지 사실이 아닌 것을 말해 본 적이 없다”는 반박 이후 더 이상의 언급은 자제하고 있다.
다만 “내가 달을 가리키면 손가락은 볼 필요 없다. 달을 봐야지”라고 말해 우회적으로 청와대의 태도를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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