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형욱 기자) 2008년 8월, 100엔당 900원 초반이었던 환율은 2개월만에 1500원을 돌파했다. 이듬해인 2009년 초 1600원을 정점으로 올해 초 1100원대까지 서서히 떨어지던 환율은 다시 1400원대로 올라섰다. (26일 현재 1384원)
한국토요타, 혼다코리아, 한국닛산 등 일본 수입차 업체들이 떨어질 줄 모르는 ‘엔고(円高)’에 고심하고 있다. 엎친 데 덥친 격으로 지난해 초 글로벌 경기침체에 이어 올 초에는 업계 맡형 격이던 도요타가 대량 리콜 사태의 직격탄을 맞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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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3년 동안의 엔-원 환율(100엔당 원화) 변동 추이. (이미지=네이버 환율정보) |
한 업체 임원은 “적자를 보는 것은 아니지만 최근 수입차 판매가 급증, 호황을 누리고 있는데 공격적인 마케팅을 할 수 없어 안타까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그럼에도 손을 놓을 수는 없는 일, 각 수입차 업체들이 각자의 해법을 내놓아 눈길을 끈다.
참고로 현재(1~9월) 수입차 시장 전체 판매량은 지난해보다 50% 이상 늘어난 6만6000여대. 역대 최초로 8만대를 넘길 전망이다. 그중 일본 수입차 5사(도요타.혼다.닛산.스바루.미쓰비시)의 시장 점유율은 약 25.7%, 1만6400여대다.
내달 5일 출시하는 혼다 인사이트. 2950만~3090만원으로 국내 최초의 2000만원대 하이브리드 자동차 시대를 열었다. 연비는 L당 23.0km.
◆도요타·혼다 “기존 이미지에 플러스 입혀라”= 도요타와 혼다는 기존 이미지에 플러스를 입히는 전략을 택했다.
올초 대량 리콜 악재를 벗어난 도요타는 고급 스포츠 모델에 초점을 맞췄다. 지난 9월 세단에 스포티함을 덧입힌 ‘렉서스 LS460 스포트’를 출시한 데 이어 10월에는 스포츠형 모델 ‘렉서스 IS F’를 출시했다.
특히 이달 중순 고객, 마니아 및 미디어를 태백 레이싱 파크에 초청, 렉서스 차량 개발자, 일본 유명 드라이버와 함께 시승 행사를 여는 등 적극적으로 ‘스포티 렉서스’ 알리기에 나섰다.
나카바야시 히사오 사장은 “정숙한 렉서스 세단 이미지에 스포티한 이미지를 입히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도요타가 주력 판매 모델을 강화하기 힘든 상황인만큼 브랜드 이미지를 업그레이드 하는 기회로 삼는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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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강원도 태백 레이싱 파크에서 열린 한국토요타의 렉서스 스포츠 모델 시승행사 모습. |
도요타가 ‘스포티’라면 혼다는 ‘친환경’으로 방향을 잡았다. 내달 5일 국내 첫 2000만원대 하이브리드자동차인 ‘인사이트’(기본형 2950만원)를 출시, 국내 친환경차 대중화 시대를 선도하는 계획이다.
혼다는 이와 함께 26일 주력 모델인 ‘어코드’의 연비를 높이고 가격을 낮춘 새 모델을 출시, 중형 수입 세단 경쟁에 불을 지핀다. 기존 하나의 2.4L 모델을 둘로 나눠 기본형 가격(3490만원)을 기존보다 100만원 낮추고 디자인을 업그레이드 한 것이 특징.
◆닛산·미쓰비시·스바루 “틈새 시장 공략하라”= 다른 일본 수입차 업체들은 비용이 많이 투입되는 신차보다는 기존에 강점을 가진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마케팅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먼저 닛산은 자사 고급 브랜드 인피니티에 주력하고 있다. 올들어 M시리즈가 프리미엄 세단 시장에서 독일 세단에 버금가는 인기를 끌자, 이를 이어가기 위해 지난 9월 말 프리미엄 SUV인 ‘올 뉴 인피니티 QX’를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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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말 출시한 닛산 올 뉴 인피니티 QX. 가격은 1억2500만원. |
월 판매량이 100대 미만으로 상대적으로 규모가 적은 스바루와 미쓰비시는 더욱 철저히 틈새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올 4월 국내 론칭한 스바루는 언론 및 잡지, 온라인을 통해 ‘연재만화’ 광고를 내보내며 상시 사륜구동 시스템 등 자사 제품의 특장점을 소개하고 있다.
또 미쓰비시 수입사 MMSK는 ‘젊은 금융권 종사자’를 타깃 고객층으로 잡고 지난 6월 수입차 업계 최초로 여의도에 지점을 내고, 신한금융투자와 공동 마케팅을 진행하는 등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한 일본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엔고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알 수 없지만, 지금 마케팅 전략을 어떻게 세우느냐가 엔고가 끝난 후 본격적인 성과로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nero@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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