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규진 기자)
인문의 숲에서 경영을 만나다 3/ 정진홍/ 21세기 북스
인문학의 위기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대학에서는 정원 부족을 이유로 전공이 폐기되고 학과가 존폐의 기로에 놓여 있다. 위기라면 응당 대응책이 있을 터인데 그 또한 퍽이나 한국적이다.
대학생들은 인문학도 스펙이라며 한자능력시험 등에 매진한다. 대학을 취업전쟁에 뛰어들기 위한 참호 정도로 여기고 있으니 이 같은 발상도 놀랍지는 않다. 직장인들은 인문학을 접목한 아이템이 히트 친다며 돈 벌기 위해서라도 인문학을 공부해야 한다고 게걸스러운 관심을 보이고 있다.
생존의 위협을 받는 취약 계층부터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들까지 인문학의 '쓸모'를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한 마디로 인문학의 위기에 대처하는 우리들의 자세가 더 큰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는 얘기다. 일상을 살아내는 것 자체가 이처럼 각박하니 인문학이 설 자리가 없어지는 것은 일견 당연하다.
저자인 정진홍 박사는 인문학이 생존하고 번영할 일상의 저수지가 말라버렸다고 개탄한다. 또 삶과 일상의 소소한 것들로부터 활기와 활력을 재충전하지 않고는 진정한 인문의 부흥이 불가능하다고 역설한다.
'인문의 숲에서 경영을 만나다3'은 인문학이 우리네 소소한 일상 속으로 들어왔을 때 얼마나 풍성한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는지 보여준다. 저자는 만남, 불안, 결정, 실패, 유머, 아부 등 11개의 일상적 소재들을 인문학적 시선으로 풀어내고 있다.
1장에서는 삶에서 생겨나는 갖가지 만남에 대해 다루면서 이것이 얼마나 위대한 힘을 가지고 있는지 말한다. 삶의 학문이자 사람의 학문인 인문학의 출발점은 다름 아닌 만남이라는 것이다. 3장은 위기를 뛰어넘는 강인한 동력으로서의 의지를 설명하고 있다. 일상이 의지와 맞닿을 때 어떤 결과를 낳을 수 있는지 역사 속 인물들을 통해 조명한다.
6장에서는 낙담하거나 무너져 버린 이들에게 변화의 에너지를 불어넣는 실패에 대해 얘기하고, 8장에서는 인류 역사와 함께 진화해온 유산균과 같은 존재인 아부의 중요성에 대해 역설한다. 마지막 장에서는 자신의 삶이 고스란히 농축된 '마지막 한 마디' 유언에 대해 다루면서 자신의 삶을 오래도록 기억하게 해줄 유언을 미리 준비해두라고 당부한다.
인문학은 화석화된 훈고학의 대상이 아니다. 냄새 나고 고리타분한 백면서생의 전유물이나 할일 없는 사람들의 말장난도 아니다. 인문학은 나날의 일상을 땀 흘려 일하고 자기 힘으로 전진시켜가는 작지만 견실한 이들의 살아 있는 몸부림이며 더 나아가 그 삶을 살리는 요체를 담고 있는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신주단지다.
저자는 인문학이 명사가 아니라 동사라고 강변하면서 "삶의 구석구석에서 일상의 소소한 풍경들을 모두 다 인문하라"고 외친다. 그럴 때 비로소 물질적 부를 넘어서는 진정한 삶의 풍요로움을 깨달을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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