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뉘·골드미스 등 30대 미혼여성 증가는 세계적 추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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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11-09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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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 '골드미스'가 있다면 일본엔 '아라포(around 40)', 중국엔 '성뉘(剩女)', 미국엔 '알파걸(Alpha-Girl)'이 있다.

결혼하지 않은 30대 여성들이 빠르게 증가해 사회현상으로 주목받는 것은 우리나라만의 특수한 현상이 아니다.

30대 미혼여성은 통상 '3S(Single, Seventies, Stuck)여성'으로 불리는데, '70년대에 태어난 미혼자로 혼삿길이 막혔다'는 뜻이다.

3S여성의 증가는 미국이나 일본에서는 뚜렷한 사회현상으로 굳어지는 추세고, 초고속 경제성장을 바탕으로 급속한 사회변화를 겪는 중국에서도 이런 현상은 확산하고 있다.
 
◇ 日, 이미 '40대 미혼녀'도 주목

일본에서 유행하는 '아라포'라는 말은 '어라운드 포티(around 40)'를 일본식으로 줄여 읽은 말이다.

지난 2008년 일본에서 TBS 방송의 동명 드라마가 히트하면서 유행어로 떠올랐다.

30대 중반에서 40대 중반의 미혼여성을 지칭하는 '아라포'는 대개 10년 정도의 직장 경력이 있어 사회적으로 자리를 잡았고 경제력도 갖추고 있다.

일본 경제가 호황이던 1980년대에 풍요로운 젊은 시절을 보내고 '버블시대'의 정점에 취직해 많은 자유를 경험한 이들은 비교적 자유롭게 일과 결혼을 선택하게 된 세대다.

'아라포'는 패션과 여행, 쇼핑 등에 관심이 많고 자기만족을 위해서라면 고가의 화장품이나 의류, '명품'을 사들이는 사치도 마다하지 않는다.

일본의 기업들은 지금 신 소비계층으로 떠오른 '아라포'를 잡으려 이들의 생활 방식과 소비성향에 맞춘 상품을 개발하고, 마케팅 전략을 새로 짜느라 분주하다.

아라포 세대는 1980년대 중반부터 관심을 끌었던 '신인류'나 'OL(Office Lady)', '하나코족(Hanako族)' 등을 포함하고 있다.

최근 신조어로 유행하는 '혼활(婚活)'도 아라포의 결혼 문제를 취업활동에 빗대어 만든 말로, '이제 때가 되면 쉽게 결혼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났으며 취직을 준비하듯이 결혼을 준비해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권혁인 광운대 교양학부 교수는 "아라포 세대는 욕심이 많아 일과 결혼·출산 중 어느 것도 포기하고 싶어 하지 않으며, 결혼을 하고 나이가 들어도 멋쟁이가 되고 싶어 한다"고 분석했다.

일본에서 여성의 만혼(晩婚)과 미혼 증가는 통계로도 확인된다.

일본 후생노동성의 인구동태통계에 따르면 1990년 26.9세이던 여성의 초혼 연령은 2005년에 29.4세로 늦어졌고, 30~34세 여성의 미혼율은 1990년 13.9%에서 2005년 32%로 증가했다.

 ◇ 중국도 '성뉘' 확산
 
개혁과 개방으로 사회가 급변하는 중국에서도 최근 '남은 여자'라는 뜻의 '성뉘(剩女)'가 사회 현상으로 주목받고 있다.

'성뉘'는 고학력·고소득에 미모까지 갖췄지만 알맞은 상대를 찾지 못해 결혼하지 못하고 있는 여성을 말한다.

'성뉘'는 '성스러운 여자'라는 뜻의 '성뉘(聖女)'와도 발음이 비슷한데 이 때문에 '너무 잘나서 감히 접근할 수 없는 여자'라는 비꼬는 말로도 쓰인다.

중국에선 얼마 전까지 20대 중반만 돼도 노처녀 취급을 받으며 사회의 눈총을 받았지만, 사회가 급변하면서 이제 이런 분위기도 바뀌고 있다.

지난해에는 베이징에만 50만 명 이상의 '성뉘'가 있다는 통계가 발표됐고 올해 싱가포르의 한 언론은 베이징에만 '성뉘'가 80만 명 이상일 것으로 추정했다.

베이징이나 상하이 등 일부 대도시에만 국한됐던 '성뉘 현상'도 내륙 도시로까지 확산하는 추세다.

중국 언론들은 대도시를 중심으로 만혼이 유행처럼 번지면서 애가 탄 부모들이 직접 단체 맞선에 나가 자녀의 '짝'을 찾아주려는 모습이 눈에 띈다고 전한다.

베이징의 공원에서 열리는 단체 맞선 자리에는 부모들이 자녀의 나이와 키, 몸무게, 직장, 부동산 등 조건이 적힌 종이를 들고 신랑·신붓감을 찾으려 붐비는 진풍경이 연출되곤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 '성뉘'들은 자신보다 높은 학력을 갖고 주택과 자가용을 소유한 탄탄한 경제력을 갖춘 남성을 원해, 이들의 눈에 차는 남성을 구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 미국도 '알파걸'에 주목

미국에서는 알파걸이 주목받고 있다. 알파걸은 지난 2006년 미국 하버드대학의 아동심리학과 댄 킨들런 교수가 자신의 저서 '새로운 여자의 탄생 알파걸'에서 제시한 개념이다.

킨들런 교수는 10대 여학생들을 분석한 이 책에서 이들이 '얼마든지 덤벼라'하는 자신감과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정신으로 똘똘 뭉쳐 있으며 여자라는 사실 때문에 제약을 받지 않고 학업, 운동, 리더십 등 모든 면에서 남성보다 뛰어나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소개돼 인기를 끈 미국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Sex and the City)'의 주인공들의 모습을 보면 알파걸이 쉽게 연상된다.

주인공들은 칼럼니스트, 홍보회사 매니저, 화랑 딜러, 변호사로 각자의 전문 영역에서 능력을 발휘하며 뉴욕에 사는 30~40대 여성이다.

이들은 사랑을 찾지만, 결혼에는 연연하지 않고 자신의 삶을 즐긴다.

지난 9월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5~34세 미국 성인 남녀 중 한 번도 결혼을 한 적이 없는 사람의 비율이 46.3%로 결혼한 사람의 비율인 44.9%를 앞질렀다고 보도했다.

미국 결혼적령기 인구의 절반 가까이가 미혼 상태인 셈이다.

미국에서도 여성의 교육 수준과 사회적 지위가 향상되면서 미혼 인구가 늘어났다는 추정이 가능해, 알파걸의 등장으로 앞으로 미국 결혼적령기 여성의 만혼과 미혼 추세가 계속될지 아니면 꺾일지 주목된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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