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주요 언론매체와 전문가들은 23일 북한의 연평도 포격과 우라늄 농축시설 공개와 관련해 한반도 사태가 악화되는 것을 막으려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북한문제의 우선순위를 상향조정하고, 중국은 북한에 무력도발 중단 등의 압력을 넣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美, 우선순위 상향조정 필요=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새벽 3시 55분께 보고를 받고, 백악관은 오전 4시33분께 대북 규탄성명을 발표했다.
같은 날 오후 4시 백악관 상황실에는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과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 마이크 멀린 합참의장, 수전 라이스 유엔 주재 미국 대사, 제임스 클래퍼 국가정보국(DNI) 국장 등 적어도 20명이 모여 한반도 상황을 논의했다.
미 유일의 전국지 `유에스에이 투데이(USA TODAY)'는 이처럼 전하면서 북한 포격이 오바마 대통령의 이날 국내 일정(자동차회사 방문과 ABC 방송 인터뷰)까지는 바꾸지 못 했으나 최고위 국가안보 관계자들을 긴급소집시키고 한미 정상 간의 전화회담이 이뤄지게 했으며 북한이 오바마 행정부의 외교정책 우선순위에서 어디에 있는지를 다시 보도록 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조지 W. 부시 전임 행정부에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담당국장을 지낸 한국계 빅터 차 조지타운대 교수는 "전통적으로 북한은 우선 이슈가 아니었지만 이번 포격 사건은 아시아의 재래식 전쟁에 가깝다. 이 같은 사건들로 (미국이) 북한문제를 우선순위에서 훨씬 위에 놓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국외교협회(CFR)의 피터 벡 연구원은 월 스트리트 저널(WSJ) 기고문에서 북한 지도자들이 연평도 포격으로 `벼랑 끝 전술의 달인(master of brinkmanship)'임을 재입증했다면서 최근의 도발은 북한 주민들을 규합하고 오바마 행정부의 관심을 끌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는 "과거 `채찍과 당근' 정책과 더 강경해진 대북 제재조치는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는 데 별 효과가 없었다. 이제 유일하게 남은 해결책은 협상"이라며 "오바마 행정부가 국내외 도전과제들로 시달리고 있지만 북한을 지금보다 더 우선순위(priority)에 놓을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벡 연구원은 "현실적인 목표를 설정하면 대북협상은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비핵화는 훌륭한 목표이지만 북한이 2006년 핵무기 보유국(nuclear power:한미는 불인정)이 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단.중기적으로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최선의 목표는 핵프로그램의 한도(cap)를 정하는 것이다. 즉, 핵물질 생산 중단과 타국으로의 확산 방지는 추구할 만한 가치가 있는 외교적 목표들"이라며 국제사회가 불안정하고 돌변하기 쉬운 북한 정권의 현실에 적응할 것을 촉구했다.
초당적 두뇌집단(싱크탱크)인 미국안보프로젝트(ASP)의 핵안보프로그램 책임자인 제인 놀런은 북한의 최근 도발이 "그 자체로는 오바마의 위기가 아니지만 국제사회가 수십년 동안 해결하려 노력해왔던 현재진행형의 고질적 문제"라며 "우리는 1만개의 소련(러시아) 핵무기를 제압할 준비가 돼 있었다. 우리는 북한과 협상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보수적 싱크탱크 `헤리티지 재단'의 한반도문제 전문가인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오바마 행정부가 북한문제에 충분한 비중을 두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그는 오바마 대통령이 `아무 성과를 못 보고 있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중동평화협상과 미국에 `별 이득이 못 되는' 러시아와의 새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에 전념함으로써 이란과 북한에 대해 오바마 레이더(관심)의 상층부에 있지 않다는 메시지를 보냈다면서 그게 바로 그들이 공세적으로 나오는 이유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인 2003-2009년 미 국무부에서 대북(對北) 부특사를 지낸 국제문제 전문가 크리스티안 휘튼은 뉴스전문 케이블 방송 `폭스뉴스'에 기고한 글에서 "오바마 행정부의 일관성 있는 대북전략이 미흡하다. 미국은 북한문제를 다루는 데 있어 기본으로 돌아갈 필요가 있다"면서 미국이 한국과 일본, 호주 등 주요 역내 동맹국들과 새로운 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中, 대북 불개입정책 포기해야= 워싱턴 포스트(WP)는 사설을 통해 중국이 북한의 포격 사건을 비난하기를 거부하고 6자회담 재개를 촉구하는 입장 뒤에 계속 숨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사설은 "새 회담은 북한이 방향을 과감히 바꾸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으며, 중국만이 그런 변화를 이끌 수 있는 레버리지(지렛대)를 갖고 있다. 미국과 그 동맹국들은 중국이 책임지고 북한의 위험한 행동을 중단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욕 타임스(NYT)는 `골치아픈(nettlesome) 이웃을 둔 중국'이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익명을 요청한 중국의 한 미디어 해설가가 "중국은 당 내부이든 인민 사이에서든, 군부 안에서든 간에 북한의 `독자적인(rogue) 정치'에 점차 넌더리를 내고 있으나 전략적으로는 북한에 납치된(kidnapped:엮인) 상태"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유에스에이 투데이도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북한의 연평도 포격이 남북한 간의 중대한 적대행위로 이어질 수 있고 한반도 분쟁은 미국에 큰 위험(major risk)이 된다면서 한국의 방위를 약속한 미국과 북한을 원조하는 중국이 모두 외교적으로 개입할 필요가 있다고 보도했다.
빅터 차 교수는 "(북한 도발에 대한) 자연스러운 반응은 무력 과시가 더 대담해지고, 아무 피해가 없으면 괜찮다(no harm, no foul)고 말하는 것이지만 도발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기본적으로 이런 행위는 전쟁행위(act of war)"라며 오바마 대통령이 중국에 대해 북한의 고삐를 죄도록 많은 압력을 넣을 것을 주문했다.
미국기업연구소(AEI)의 선임연구원인 존 볼튼 전 유엔주재 미국 대사는 북한은 전형적으로 불법적인 핵(개발) 프로그램의 진전이 알려질 때 이런 식으로 서방에 대한 위협을 시도하고 있다며 오바마 행정부는 북한을 고립시키고 (6자 및 및 양자 회담 등) 향후 협상을 거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북한은 미국과 다른 나라들이 유화정책을 쓸 것으로 기대하면 이런 종류의 공세적 행동을 취한다. 북한 입장에서는 거의 매번 효과가 있었기 때문에 이런 전략을 안 쓸 이유가 없다"며 "북한 위협은 북한이 망할 때까지 끝나지 않을 것이다. 북한을 압박하고 완전 고립시키면서 중국에 대해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원치 않으면 더 이상 불개입정책을 추구하지 말라고 말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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