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비정규직(사내하청) 노조의 울산 1공장 파업이 지난달 15일 시작한 이래 4주차(22일)로 접어들었다. 하지만 여전히 해법을 못 찾지 못하고 있어 피해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현대차는 지난주 예고한 대로 6일 오전 ‘반쪽’ 생산에 들어갔다. 도장공장(색칠)-자동창고(이동.저장)-의장공장(조립) 중 점거중인 자동창고를 우회하는 방식이었다. ‘수동’인 만큼 50% 밖에 이뤄지지 못하지만 지난달 출시한 ‘엑센트’ 대기 물량이 늘어나는 데다 ‘베르나’ 수출에도 발목을 잡히며 생산을 더 이상 늦출 수 없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었다.
하지만 이마저도 점거중인 노조가 차량 유리 장착공정의 전원을 차단시키며 3시간 만에 중단됐다. 협상도 난항이어서 또 언제 생산을 재개할 수 있을 지 알 수 없다.
◆생산차질 피해 ‘눈덩이’= 회사 측이 추산하고 있는 현재(5일)까지의 피해액은 약 2704억원. 약 2만3937대의 생산량 차질에 따른 것이다. 그리고 우회생산 방식이 차단되고, 회사-정규직 노조와의 3자 대화도 진척이 없는 만큼 당분간 피해는 더 커질 전망이다.
지난달 출시한 ‘엑센트’는 2500여대의 계약 대수를 기록했만, 실제 판매는 1021대에 그치며 경쟁 모델인 ‘프라이드’(1339대)에도 못 미쳤다. ‘신차 효과’를 전혀 보지 못한 셈.
내년 초에는 GM대우가 ‘젠트라’ 후속 ‘시보레 아베오’를 출시할 계획이다. 엑센트는 이번 파업으로 그 사이의 판매 기회를 놓치고 있는 상태에 놓였다.
수출이 더 큰 문제다. 베르나(엑센트 포함)의 수출대수는 지난해 11월 2만108대였으나 지난달에는 절반에도 못 미치는 8238대(59% 감소)를 기록했다. 파업이 장기화 할 경우 판매량은 물론 현지 시장의 대외신인도 타격도 우려된다.
◆3자협의도 난항, 해법 없나= 사측과 정규직 노조 비정규직 노조의 3자 협의도 난항을 겪고 있다. 비정규직 노조 측은 5일 사태 해결을 위한 3자 협의를 제안했으나 이도 울산.아산.전주공장에 있는 비정규직 노조 간 의견차로 무산됐다.
정규직 노조는 6일 “아산 노조가 끝까지 파업을 중단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 3자협의가 무산됐다”며 “이 상태로는 우리도 중재에 나설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가장 큰 문제는 사측과 노조측 의견 조율이 쉽지 않다는 것. 지난 7월 법원이 한 사내 하도급업체 직원이 2년 이상 근무했으므로 정규직으로 봐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 후 사내하청노조 노조가 ‘전원 정규직 전환’을 주장하고 나선 것.
사측은 이들에 대해 “파견근로자가 아닌 도급근로자”이므로 정규직 전환은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현실적 문제도 있다. 현대차 내 비정규직 근로자는 8000여 명. 그중 2년 요건에 해당하는 근로자는 2000여 명으로 추산된다. 이들을 전원 정규직 화 했을 경우 약 1조원의 비용이 발생한다. 거기에 생산유연성을 위해서는 반드시 비정규직이 필요한 만큼 또다른 추가비용 발생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같은 일을 하는데 다른 대우를 하는 것 비정규직의 불만도 이해 가는 내용”이라면서도 “산업 경쟁력 측면에서는 차종별 수요 변화에 따라 유연해야 하는 만큼 사측도 현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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