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돈 칼럼] 흑자에도 맥 못추는 원화… 환율 불안의 근본원인과 대책

신세돈 숙명여대 교수
신세돈 숙명여대 교수


 
휴전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이란 전쟁을 제외하고 한국 경제의 가장 큰 걱정거리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불안한 환율이라고 대답할 사람이 매우 많을 것이다. 최근 몇 년간 원·달러 환율이 크게 올라 원유를 포함한 수입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면서 인플레이션을 자극할뿐더러 내국인의 해외여행은 물론 내외국인의 국내 및 해외 투자에 크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거의 1년 동안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있는 속내도 사실은 환율 불안을 내심 걱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교적 완만히 움직이던 원·달러 환율이 1300원을 넘어 급격히 오르기 시작한 시점은 대체로 2022년 3월 26일 미국이 기준금리를 25bp 인상하고서부터다. 상한선 기준으로 0.25%에 불과하던 미국 기준금리가 2023년 7월 5.50%로 525bp나 급속히 올라갔는데 그 기간 사이에 원화 환율은 달러당 1200원에서 1320원으로 10%, 엔화는 115엔에서 147엔으로 약 30% 올라간 것이다. 우리나라도 기준금리를 올리기는 했지만 마국의 인상 폭을 따라잡지 못하면서 한·미 양국 간 기준금리 격차는 +75bp에서 –200bp로 역전되었다. 그 이후 미국 기준금리가 꾸준히 하락하여 금리차가 –125bp로 축소됐지만 미국 금리가 더 높은 금리역전 현상은 계속 유지되면서 2024년과 2025년 내내 원화 환율이 상승하면서 1500원 선을 넘보는 불안이 가라앉지 않은 것이다.
 
이론적인 관점에서 2023년 이후의 원화 약세(환율 상승)를 이해하기 가장 어려운 대목은 무엇보다도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한국과 일본의 통화가 약세를 보인다는 점이다. 전통적인 이론에서는 환율 약세의 가장 중요한 이유로 장기적인 경상수지 적자를 들고 있는데 한국과 일본은 엄청난 규모의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하면서도 자국 통화가 달러에 대해 약세를 나타내고 있다. 우리나라는 2023년과 2025년 사이 3년 동안 2550억 달러라는 기록적인 흑자를 기록하였고 일본도 그 기간 중 약 5680억 달러의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했지만 엔화는 달러에 대해 원화보다 더 큰 약세를 나타냈다. 반대로 미국은 같은 기간 3조2000억 달러가 넘는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했는데도 달러는 원화나 엔화에 대해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막대한 경상수지 흑자에도 불구하고 원화나 엔화가 달러에 대해 약세를 보이는 현상에 대한 즉흥적인 설명은 경상수지 흑자로 들어온 달러가 대부분 해외 투자로 유출되었다는 해석이다. 경상수지에서 벌어들인 달러가 해외 투자로 빠져나갔으므로 환율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나라나 일본의 경우 경상수지 흑자만큼 투자수지에서 달러가 빠져나간 것이 사실이다. 2023년 우리나라 경상수지 흑자는 325억 달러였는데 투자수지에서 321억 달러가 나갔고 2024년에도 경상수지 흑자가 1000억 달러였지만 투자수지에서 969억 달러가 유출되었으며 2025년도 경상수지 흑자 1231억 달러는 투자수지에서 1198억 달러가 빠져나갔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2023년부터 2025까지 일본의 경상수지 흑자는 5680억 달러였는데 그 기간 해외 투자로 빠져나간 금액은 5687억 달러로 정확히 일치한다.
 
그러나 경상수지 흑자만큼 해외 투자로 유출되었다고 해도 원화 환율 상승(원화 약세) 현상을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 경상수지 흑자만큼 투자수지 적자로 빠져나간다고 하면 원·달러 환율이 내려가지 않는 현상을 설명할 수는 있어도 원화 환율이 올라간 이유를 설명하지는 못한다. 원화 환율이 올라가려면 달러에 대한 초과 수요, 즉 달러 공급이 모자라야 하는데 경상수지 흑자와 투자수지 적자가 거의 정확히 일치하므로 달러에 대한 공급 부족이 일어나지는 않았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일부 전문가들이 원화 환율 상승의 원인을 개인투자자들의 해외 주식투자 때문이라고 지적한 것은 옳지 않다. 왜냐하면 내국인들의 해외 투자 이상으로 경상수지 흑자가 발생하며 오히려 달러가 유입되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해외 투자자들이 국내 주식투자로 전환하는 경우, 즉 국내 투자 전환계정(RIA)에 대해 해외 투자 수익에 대한 과세를 면세하는 조치로 원화 환율이 안정될 것으로 판단하는 것도 적절치 못하다.
 
이것은 지난 몇 년 동안 원화 환율을 불안하게 한 근본 원인이 현물시장(SPOT)의 달러 수급이 아니라 ‘미래의 달러 수급에 대한 시장의 기대’에 더 큰 영향을 받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래의 달러 수요를 촉발함으로써 달러 환율을 끌어올린 가장 큰 요인은 두 가지인데 하나는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한국이나 일본보다 훨씬 높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미국의 기준금리가 한국이나 일본의 기준금리보다 현저히 높다는 점이다. 지난 3년 동안 미국의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2.6%였는데 한국은 1.5%, 그리고 일본은 0.5%에 불과했다. 그만큼 미국 경제가 한국이나 일본보다 탄탄했고 따라서 달러에 대한 잠재적 수요가 강했다는 것이다. 또한 중앙은행의 기준금리도 미국이 훨씬 높아서 미·일 간 기준금리 격차는 약 3%포인트, 한국과의 기준금리 격차도 1.25%를 유지했다. 미국 금리가 한국이나 일본보다 더 높은 상황이라면 국제수지 통계에는 잡히기 힘든 단기자금의 흐름이 한국이나 일본에서 미국으로 흘러가면서 원화나 엔화 약세를 일으킬 것은 분명하다.
 
여기서 꼭 지적해야 할 사실은 한국과 일본의 경제 및 금융의 여러 차이점에도 불구하고 원화와 엔화의 움직임이 매우 동조적이라는 점이다. 아래 [그림]에서 볼 수 있듯이 2023년 초부터 최근까지 3년 동안의 원화 환율과 엔화 환율의 움직임을 살펴보면 거의 같이 움직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엔화와 원화가 모두 달러에 대해 약세를 나타내면서 동조적으로 약세를 보였다는 두 나라의 기준금리가 미국보다 낮다는 사실과 정확히 부합된다. 일본은행이 기준금리를 0.25%로 올린 2024년 8월 이후부터는 엔화 약세가 완화되면서 원화와 엔화 환율의 움직임이 거의 일치하고 있다는 사실도 그것을 뒷받침한다.
 
이런 사실을 종합해 볼 때 원·달러 환율의 안정을 위해서는 두 가지가 필요하다. 하나는 한국의 경제성장 기조가 탄탄히 유지 되어야 한다. 만약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하락한다면 원화 환율은 훨씬 더 불안해질 것이다. 또한 한국의 기준금리 정책이 국제적 보조를 잘 유지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원화와 엔화의 약세 불안의 근본 원인이 두 나라 기준금리가 미국보다 낮음에 기인하는 만큼 환율 안정을 위해서는 금리 격차를 좁혀가는 정책적 노력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특히 2024년 말과 2025년 초에 그랬던 것처럼 저소득계층의 이자 부담을 걱정하거나 인위적인 경기 활성화를 위해서 기준금리 인하를 재촉하는 경우 오히려 부동산 버블과 함께 환율 불안을 초래하면서 더 큰 경제적 혼란을 불러올 수가 있다. 환율 불안이 근본적으로 한·미 간 기준금리 역전 현상 때문인데도 다른 곳에서 원인과 대책을 찾는다면 그런 정책은 성공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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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주요 이력
 
▷UCLA 경제학 박사 ▷한국은행 조사제1부 전문연구위원 ▷삼성경제연구소 금융연구실 실장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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