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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요 그룹들이 내년도 사업계획 마련에 분주하다. 12월의 월례 행사이기도 하지만 경영환경이 워낙 빠르게 변하면서, 이에 대한 대응도 빨라져야 하기 때문이다. 2011년 계획이 21세기 들어 두 번째 맞이하는 향후 10년의 초석이라는 것이 재계의 인식이다.
오죽하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도 "앞으로의 10년은 지난 10년과는 다르다"며 속도를 강조했을까 싶다.
하여 재계 1위인 삼성그룹은 지난 3일 사장단 인사에서 8일 임원인사까지, 지난해에 비해 열흘 이상 빨리 인사를 단행하면서 내년 글로벌시장에서의 경쟁 준비를 마쳤다. 10일에는 조직개편도 마무리하게 된다.
LG그룹도 지난달 시작해 이달 초까지 각 계열사 경영진들과의 컨세서스 미팅을 끝마치고 내년도 경영 화두를 확정해 전파했다.
구본무 회장은 9일 미래준비·고객가치·적기투자를 각 계열사 CEO들에게 강조한 것.
"미래준비 속도 높이면서 시장을 주도하는 담대한 구상하라, 혁신적 가치를 담은 제품 앞서 개발해 시장 선점하라, 신성장 사업분야 적기 투자와 인재확보도 적극적으로 하라"고 구체적인 지침까지 제시했다.
재계 7위인 GS그룹도 지난 8일 계열사 인사를 발표하고, 미래 성장사업에 대한 적극적인 추진을 위한 회사 차원의 전략 수립 및 실행기능을 강화했다.
그래서 눈에 밟히는 것이 한화그룹이다. 재계 13위인 한화는 12월의 두 번째 주가 지나가고 있는데도, 내년도 사업계획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계열사 CEO에게 김승연 회장의 내년 경영화두 전달은 언감생심이다.
한화가 내년도 사업계획을 확정하지 못한 것에는 검찰수사가 한 몫을 하고 있다. 한화증권의 '차명계좌 첩보'에서 시작돼 '비자금 의혹'으로 커졌던 검찰의 수사가 4개월째 진행 중이니, 한화 입장에서는 속이 탈 수밖에 없다.
게다가 검찰은 김승연 회장 소환 조사에도 불구하고 큰 소득을 얻지 못했다. 부실수사, 기업 발목잡기 수사라는 수식어로 표현되는 재계의 원성이 커지는 것이 자연스럽다.
검찰의 부실수사라는 대목은 지난 4일 서울서부지법이 홍동옥 여천 NCC 사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한 것에서 뚜렷이 드러났다.
홍 사장은 지난 2002년부터 올해 초까지 한화그룹의 재무 팀장으로 근무한 김승연 회장의 최측근으로, 검찰은 홍 사장을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배임과 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었다.
검찰의 모양새가 이처럼 구겨지다보니 일각에선 정치권의 음모론까지 나온다. 여권 내에서 차기대권 주자를 견제하기 위해 검찰을 통해 과거 구여권과 연계 개연성이 있는 한화를 타깃으로 한 것 아니냐는 루머가 회자되는 것이다.
달리는 말에는 채찍을 가해야 한다. 한화는 최근 방위산업 분야에서도 단순한 화약이 아닌 유도무기, 정밀탄약 및 로켓추진제 등 다양한 고부가가치 사업으로 확대하고 있다. 또 자동화 무인화 시스템으로의 트렌드 변화에 따라 향후 유망사업 분야인 무인기, 무인로봇 및 무인잠수정 등 다양한 사업으로 진출하고 있다.
국가경제와 안보를 위해서 한화에 가해야 하는 '채찍'이라면, 수사가 빨리 종결돼 경영 활동을 정상화시키는 것이다. 이제 그만 놓아 달라는 것이다.
(아주경제 김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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