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여성가족부의 의뢰로 조사해 27일 발표한 '교과서 성차별 실태분석 및 개선방안 연구' 결과에서 여성이 방귀를 뀌는 것을 부끄러운 일로 묘사한 이 이야기가 여성에게 몸가짐을 조심하고 얌전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암묵적으로 전해 여성배타적인 세계관을 심어줄 수 있다고 있다고 지적했다.
초등학교 3학년 2학기 말하기·듣기 교과서 12쪽에 실린 '방귀쟁이 며느리'라는 옛이야기를 보면, "하루빨리 이 며느리를 돌려보내야지 방귀 한 번 더 뀌었다가는 집터만 남게 생겼거든 (중략) 떡 조금 해 가지고 손에 들려서 시아버지 앞장세워 친정으로 보냈어."라는 내용에서 방귀를 심하게 뀌는 며느리가 결혼 후 심한 방귀때문에 시집에서 친정으로 쫓겨가게 된다는 내용이 기술돼 있다.
반면, 초등학교 1학년 2학기 쓰기 교과서에 제시된 '방귀쟁이' 이야기는 서로 방귀가 세다고 자랑하는 두 남성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어 남성의 방귀는 부끄러운 일이 아니며 사회적으로 용인될 수 있다는 식으로 묘사한 것으로 대비됐다.
이번 연구는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2007년 개정 교육과정으로 현재까지 보급된 초등학교 1~4학년 및 중학교 1학년 교과서 110권을 분석해 성차별 실태를 조사한 것이다.
교과서에 내재된 남성중심적인 세계관은 등장인물의 비율에서부터 큰 차이를 보였다. 교과서 등장인물의 성비는 남성이 63%로 여성 37%에 비해 훨씬 높았다.
특히 다른 저작물에서 가져온 내용에서 남여 성비 차이가 심했으며 중학교 교과서의 경우 71대 29로 남성 등장인물의 비율이 압도적이었다.
등장인물의 배경에서도 직장·일터를 배경으로 한 문장에서 남성인물이 여성인물의 7배에 달했고 등장인물의 활동으로도 가사활동을 표현한 문장에서 여성인물이 남성인물의 4배, 가사활동 사진·삽화에서 여성인물이 남성인물의 5배에 달해 성역할을 고정적으로 심어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성폭력 예방을 가르치는 부분에서도 폭력의 피해자가 여성이라는 단정 하에 피해 여성들이 겪는 후유증만 자세히 서술하거나 교과서의 서술과 삽화는 성폭력은 거부하거나 끝까지 저항하면 피할 수 있다는 식으로 묘사해 성폭력에 대한 잘못된 개념을 심어줄 우려가 있다고 연구원 측은 꼬집었다.
또 10대 임신을 설명한 내용에서도 여학생 혼자만의 문제로 다뤄 성 행동에 대한 책임을 여성에게만 묻고 남성에게는 책임이 없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여성가족부는 관계자는 "초·중등 교과서는 학교교육과정의 핵심요소에 해당하며 학생들에게 미치는 영향력과 파급효과가 매우 높다"며 "이번 연구를 토대로 앞으로는 여성도 남성과 마찬가지로 사회의 중심축이 되고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모습이 교과과정에 반영될 수 있도록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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