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국책사업을 결정할 땐 정치 논리보다 합리적 관점에서, 국민권익과 국가미래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김희정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일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 회견 당시에도 경제적 타당성과 국익을 국책사업 결정의 최우선 순위에 둬야 한다는 점을 역설했다. 그런 그가 불과 사흘 만에 이 문제를 다시 언급한 건 이번 주부터 시작되는 과학비즈니스벨트(과학벨트) 입지선정 작업과도 무관치 않다는 게 여권 안팎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핵심 관계자는 “과학벨트 입지는 과학벨트위원회가 결정할 일이다”고 전제하면서도 그동안 정부가 실시한 연구용역 결과에서 충청권의 점수가 높았던 점을 들어 “주요시설인 중이온가속기와 기초과학연구원은 대통령 공약대로 충청권에 두되, 연구비 지원 등의 운용 면에선 다른 지역의 시설을 배려하는 방안이 현재로선 유력해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교육과학기술부는 작년 1월 ‘세종시 수정안’ 추진과 연계해 과학벨트의 세종시 입지 방안을 제시했지만, 그 전인 2009년 7월 국토연구원에 의뢰한 후보도시 평가에선 충남 천안·아산이 18개 도시 가운데 1위, 대전 대덕이 2위를 차지한 것으로 돼 있다.
이 관계자는 "당시 결과는 1차 계량평가만 반영돼 있고, 또 세종시 수정안 추진과정에서 나온 것이어서 지금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신공항도 결국 2년 전 용역 결과대로 결정되지 않았냐"고 말했다.
이와 함께 과학기술계 인사들이 대체로 과학벨트의 분산배치에 반대 입장을 갖고 있는 점도 과학벨트위의 입지선정 결과에 적잖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과학벨트특별법’에 따라 구성되는 과학벨트위원회의 민간 위원(13명)에 이들 과학기술계 인사들을 대거 영입한다는 방침이다. 이주호 교과부 장관이 위원장을 맡는 과학벨트위는 관계부처 차관 6명과 민간 전문가 13명 등 모두 20명으로 구성되며 오는 7일 공식 출범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 이후 과학벨트 입지를 두고 말이 많지만 투명하고 공정하게 진행해야 한다는덴 이견이 없다”면서 “‘대통령이 과학자들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고 한 만큼 이 점은 반드시 지켜질 것이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과학벨트 분산이 신공항 백지화에 대한 반대급부가 되면 일이 더 꼬일 뿐 대통령의 생각과도 맞지 않는다"며 단지 여론 무마 차원에서 입지를 결정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2월 신년 방송 좌담회 당시 “(과학벨트)위원회에서 충분히 검토, 토론하면 충청도민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다”고 말한 바 있다.
물론 향후 과학벨트위의 평가 과정에서 충청권 외에 다른 지역이 더 ‘적합’한 것으로 나온다면 시설이 분산되거나 아예 다른 곳으로 입지가 바뀔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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