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행과 악행, 하이 스코어로 유명한 존 데일리(45·미국)가 미국PGA투어 존디어클래식에 출전해 파4홀에서 13타를 쳐 화제가 됐다.데일리는 “볼을 찾으면 그 곳에서 치든지, 언플레이어블 볼 선언을 하고 그 주변에 드롭해야 하는 줄로만 알았다”고 말했다. 언플레이어블 볼 선언 때 택할 수 있는 첫번 째 옵션(1벌타후 원구를 최후로 플레이한 지점에 되도록 가까운 지점에서 플레이하는 것)은 몰랐다는 것이다. 놀라운 일이다.
메이저대회에서 2승을 올린 25년차의 투어프로가 기본적인 규칙을 모르고 있었다니…. 이 규칙을 알았더라면 그는 언플레이어블 볼 선언 후 티잉 그라운드로 되돌아가 3타째를 칠 수 있었고, 그러면 악몽의 13타는 피할 수 있지 않았을까.
내로라하는 투어프로 가운데 데일리처럼 규칙을 잘 몰라 불이익을 당한 사례는 많다. 안시현은 2005년 한국여자프로골프 엑스캔버스여자오픈에 출전했다가 볼이 OB말뚝 옆에 떨어지자 스윙에 방해가 됐는지 ‘과감히’ OB말뚝을 뽑아버렸다. 2벌타가 따랐음은 물론이다. OB말뚝은 장애물이 아니라 고정물이기 때문에 뽑아서는 안된다.
비슷한 사례는 벙커에서 유난히 많이 볼 수 있다. 유소연은 2008년 KB스타투어 4차대회 때 볼을 벙커에 빠뜨렸다. 치기 힘든 라이였다. 그래서 언플레이어블 볼을 택했다. 1벌타를 받고 2클럽 길이내에 드롭하려는 데 드롭구역이 벙커밖에까지 미치자 ‘당연하다는듯’ 벙커밖에 드롭했다. 벙커에서 언플레이어블 볼을 선언할 경우 원구를 쳤던 지점으로 되돌아가는 옵션을 택하지 않은 이상 벙커안에 드롭해야 한다. 유소연은 그것을 미처 모르고 벙커밖에 드롭한 것. 그는 결국 2벌타를 감안하지 않은 채 스코어카드를 내 뼈아픈 실격을 당했다.
지난 6월 주스트 루이텐(덴마크)도 미국PGA투어 메모리얼토너먼트에서 황당한 경험을 한 끝에 실격당했다. 벙커샷을 하기 직전 볼이 움직였으나 그대로 샷을 했다. 벙커에서 어드레스 개념을 잘 못 이해한 결과다. 치기 전에 클럽헤드를 모래에 댈 수 없는 벙커에서는 샷을 하기 위한 스탠스를 취한 시점이 바로 어드레스 시점이다. 따라서 스탠스를 취한 다음에 볼이 움직이면 ‘어드레스 후 볼 움직임’이 되어 1벌타가 부과된다. 1벌타 후 볼을 제자리에 놓지 않고 샷을 강행하면 2벌타가 따른다. 루이텐은 벌타를 감안하지 않은 스코어 카드를 내 실격당했다. 무지의 소산이었다.
박희영도 2009년 US여자오픈에서 규칙 무지로 불이익을 당한 케이스다. 한 홀에서 볼이 3분의 1가량이 찢겨 플레이에 부적합할 정도였는데도 그 볼로 어프로치샷을 한 끝에 더블보기를 범하고 만 것. 규칙을 알고 좀 더 일찍 볼을 교체했더라면 보기로 막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한 전문가는 “프로들은 라운드 전 몇 시간씩 연습을 한다. 그러나 정작 로컬룰이나 골프규칙집을 정독하는 데 몇 분을 투자하지 않아 쓸데없는 불이익을 당하곤 한다”고 꼬집었다. 투어프로라면 규칙 지식도 프로급이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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