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일본 기업들이 대지진을 겪은 지 5개월도 안 돼 올 하반기 실적 반등을 기대하고 있다고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는 일본 기업들의 실적 개선 기대감이 커진 것은 대지진으로 무너졌던 공급망이 조기에 복구됐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2011회계연도 1분기(4~6월) 실적을 발표한 일본 2위 자동차 메이커 닛산도 글로벌 자동차 판매가 전년 동기 대비 10.6% 증가했다고 밝혔다. 닛산은 대지진 후 일본 내 모든 공장의 생산을 일시 중단했었다.
닛산을 비롯한 자동차업계의 실적 개선은 신일본제철과 JFE홀딩스 등 일본 양대 철강업체의 실적도 띄어올릴 전망이다. 양사는 이날 지난 4~6월 수요는 부진했지만, 하반기에는 실적이 반등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2차대전 이후 최고 수준으로 치솟은 엔화값은 일본 기업들에게 부담이 되고 있다. 엔화값 급등은 수출경쟁력 약화 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다가와 조지 닛산 부회장은 "지진이 생산에 미친 영향은 크지 않았고, 오히려 엔화 강세가 순익 감소의 주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요 며칠 새 미국의 국가 부도 위험이 고조되면서 달러화가 약세를 거듭하자 엔·달러 환율은 77엔대를 맴돌고 있다. 닛산이 올해 평균치로 기대한 80엔을 크게 밑도는 것이다.
그러나 단기적으로는 엔화값 급등세가 일본 기업들의 신흥시장 진출을 촉진하는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엔화값이 오르면 현지 생산 비용 부담을 덜 수 있기 때문이다.
야마모토 다쿠오 미쓰비시UFJ 자산운용부문 수석 투자전략가는 "일본 기업들은 신흥시장의 비중을 늘려왔기 때문에 엔화 강세 여파가 과거보단 훨씬 축소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엔고가 기업실적에 미치는 단기 충격도 제한적일 것"이라며 "제조업종 기업들은 생산시설의 해외 이전을 점점 늘리며 해외 경쟁력을 유지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세계 최대 자동차업체 도요타도 이날 발표한 신흥시장 투자 계획을 통해 인도에 300억엔 이상을 투자해 자동차 생산능력을 2배 가까이 확충하겠다고 밝혔다. 2013년까지 인도에서 연간 30만대를 생산하는 게 목표다.
마크 챈들러 브라운브라더스해리먼 외환 투자전략가는 "일본이 올해 하반기 주요7개국(G7) 가운데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내다봤다.
한편, 미 경제전문채널 CNBC는 "일본 증시는 지난 두달 간 최고의 실적을 낸 선진국 증시 가운데 하나"라며 "일본이 투자자들의 인기를 다시 얻고 있다"고 분석했다. 대지진이 발생한 지난 3월15일 이후 닛케이지수는 17% 상승했고, 주식형 뮤추얼펀드에는 최근 4주 연속 자금이 순유입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최근 일본 산업계의 부활 조짐을 기반시설 복구 수요로 경제가 성장하는 '전후효과'에 비유하고 있다고 CNBC는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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