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유럽연합 정상회의에서 유럽 정상들은 재정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구제금융안에 합의했지만 느닷없이 게오르기 파판드레우 그리스 총리가 구제금융안과 유로존 탈퇴 문제를 연계시켜 국민투표에 부치겠다고 밝혀 시장을 긴장시켰다.
이러한 상황에서 프랑스 칸에서 열리는 제6차 G20 정상회의가 유로존 채무위기에 대한 수습안을 내놓지 못하면 세계 경제는 다시 긴 불확실성에 빠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3일 외신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G20 정상회의에 이어 6번째를 맞는 이번 프랑스 G20 정상회의는 △금융 감시활동 △금융거래세(토빈세) 도입방안 △환율정책을 포함한 공조정책 △조세피난처 문제 △위안화 평가절상 문제 등을 논의할 계획이다.
그러나 G20 회의를 하루 앞두고 그리스 총리가 국민투표를 통해 유럽 구제금융안의 수용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폭탄발언을 해 유럽의 재정위기 타결 문제가 주요 의제로 떠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일 호세 마누엘 바로소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위원장과 헤르만 반 롬푀이 EU 정상회의 상임의장도 G20 관련 공동성명을 통해 "유럽문제가 세계 경제에 위협이 되고 있음을 잘 알고 있다"며 "이번 회담에 유럽은 특별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이번 G20 정상회의에서 논의될 사항들은 그리스 정부가 국민투표 추진 의사를 밝힘에 따라 우선순위에서 밀리게 될 것"이라며 "이번 회담의 최대 화두는 그리스"라고 분석했다.
이에 앞서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지난 2일 파판드레우 그리스 총리와 긴급 회동을 갖고 그리스가 긴축정책과 관련한 불확실성을 해소하지 못하면 6차분 구제금융 80억 유로(약 12조3800억원)의 집행을 보류하겠다고 경고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3일자에서 "유럽 경제에 발목을 잡은 그리스의 국민투표 강행에 대해 유럽 정상들이 크게 우려했다"면서 "그리스가 이달에 예정된 80억 유로의 지원금을 수령하기 위해서는 '정치적 도박'을 보류해야 한다고 강하게 압박했다"고 보도했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특히 그리스가 지원금 수령에 앞서 긴축정책을 성실히 이행하겠다는 태도를 보여줄 것을 요구했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그리스가 긴축정책에 대한 노력을 보이지 않는다면 더 이상 유로존의 구제금융 지원을 받을 수 없다"면서 "독일인, 프랑스인들이 그리스를 위해 세금을 쏟아부을 이유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메르켈 총리도 그리스에 국민투표를 실시한다면 신속하게 진행하고 그리스의 유로존 잔류 여부를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메르겔 총리는 "그리스가 유로존에 남아있기를 원하는지 아닌지를 그리스 국민들이 명확하게 답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유럽연합과 국제통화기금(IMF)의 그리스 지원금 80억 유로는 유로존 재정장관들에 의해 승인됐으나 아직 지급되지 않은 상태다. 그리스가 만약 이 자금을 지급받지 못하면 120억 유로의 채무 만기가 돌아오는 12월 11일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해야만 하는 상황으로 내몰리게 된다.
이에 대해 파판드레우 총리는 "국민투표는 그리스 구제금융에 대한 정치적 합의를 얻기 위한 과정"이라며 "그리스 국민들이 위기의 심각성을 똑바로 인식하고 구제금융안을 수용하는 쪽으로 의사결정을 이루게 될 것으로 믿는다"고 전했다.
그는 "이번 국민투표가 무사히 통과되면 그리스는 정치·경제적으로 국민적 합의를 이루게 되고 결국 유럽 경제의 부활에도 긍정적인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프랑스와 독일 정상들을 설득했다.
파판드레우 총리는 이어 "그리스 의회에서 승인이 나는대로 국민투표는 이르면 오는 12월 4일 열리게 될 것"이라며 공백기를 최소화해 시장의 불확실성을 가능한 한 빨리 해소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러나 파판드레우 총리는 4일 의회에서 총리직에 대한 신임투표를 앞두고 있어 결과에 따라서는 그리스 정국이 다시 한 번 요동치며 유로 위기가 새로운 국면에 진입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파판드레우 총리가 신임투표에서 살아남더라도 그의 지지기반은 매우 낮아질 것"이라며 그리스 사태가 파판드레우 총리의 재신임 이후에도 여전히 불안한 상태에 머무를 것임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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