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말에 '다섯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의 뜻은 육신의 모든 지체가 나름의 의미나 존재가치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어느 것은 더 필요하고 어느 것은 덜하지 않다는 의미일 것이다. 대개 자녀가 많은 대가족 내에서 여러 형제 중에 유독 공부도 못하고 내세울 것 없는 못난 자식이 하나는 있게 마련인데, 부모 입장에서 보면 더 안쓰럽고 더 보호해주고 싶은 그런 마음에서 나온 말이 아닌가 싶다.
올해 내 나이가 만 50세가 되었는데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오십견이라는 어깨 질환에 걸렸다. 이 오십견 질환의 특징은 50대 나이가 되면 어깨관절에 윤활액 분비가 줄어들어 팔과 어깨를 연결하는 관절이 굳어 걸리는 근육계통의 질환이다. 그 증상은 오른팔을 제대로 들어올리지도 못할 뿐 아니라 머리를 감을 때나 버스에서 손잡이를 잡을 때도 근육통이 순간적으로 너무 심해서 눈물이 나올 정도로 아프기도 하고, 특히 잠잘 때 어깨 통증이 너무 심해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여서 늘 눈이 충혈돼 있고 몸이 피곤해 근무의욕도 심히 떨어진다.
그런 가운데에서도 우습지 않은 교훈을 발견하고 쓴 웃음을 지은 적이 있다. 평소에는 왼팔과 오른팔이 서로 돕기도 하지만 서로에게 경쟁심을 갖거나 질투를 느낄 때도 많이 있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예를 들면 왼팔이 생각하길 늘 오른팔에게만 중요한 일을 시키고 왼팔은 별로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하면서 늘 소외된 자신이 불쌍하다고 생각해왔을 것이다. 반면 오른팔은 왼팔을 보면서 늘 힘들고 어려운 일은 오른팔 자신에게만 시키고 왼팔은 늘 빈둥거리며 놀고 먹는다는 생각을 해왔을 것이다. 그리고 자주 쓰는 오른팔은 팔뚝조차 왼팔에 비해 굵어졌고, 손은 거칠어져 볼품이 없다고 불평했을 것이다.
그런데 오십견을 앓고부터는 오른팔이 제 역할을 못해내게 되자 오히려 바빠진 것은 왼팔이었다. 샤워할 때도 오른팔이 했던 일을 할 수 없으니까 왼팔로 모든 몸을 씻는 일을 해야 할 뿐 아니라, 아픈 오른팔까지 씻어줘야 하는 신세가 된 것이다. 더불어 왼팔은 오른팔이 했던 일들을 해본 경험이 없기 때문에 쉬운 일도 쩔쩔매며 힘들게 해내고 있었다. 참 우습지 않은가? 평소에 그렇게 으르렁대며 싸우던 오른팔과 왼팔의 상황에 비추어보면 아픈 오른팔 때문에 승리의 V자를 그려야 할 왼팔이 오른팔의 몫까지 해내야 하는 더욱 힘든 처지에 놓이게 될 줄이야!
이렇듯 우리 주변에 서로 경쟁관계에 있는 단체 또는 이익집단이 마치 상대방이 고꾸라지면 자신의 세상이 올 것처럼 의기양양해 하지만, 막상 경쟁상대가 사라지면 앞서 보았던 왼팔과 오른팔처럼 자신의 존재 의미 자체가 흔들릴 뿐만 아니라 상대방이 해야 할 궂은 일까지도 덤으로 해야 하거나 더 어려움에 처하는 억울한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오늘날 정치현실도 이와 마찬가지인 것 같다. 여당과 야당이 서로 으르렁대며 매사에 갈등과 반목으로 대립하지만 상호 견제와 경쟁을 하는 가운데 서로에게 유익한 정치관계가 형성되어 민주주의는 더욱 꽃 피게 되는 것이다. 상대방을 타도의 대상으로 삼아 투쟁해서 한 쪽의 세가 급격히 쇠퇴하거나 소멸해버리면 그 당사자도 그와 반비례해서 흥해지는 것이 아니고 오히려 일당독재의 길로 가서 결국 망해버리든지 아니면 경쟁상대가 없는 유약한 존재로 쇠락의 길을 걷고 마는 것이 역사의 교훈임을 우리는 종종 보아왔지 않은가?
왼팔과 오른팔처럼 서로의 존재가 서로에게 긍정적인 작용을 미치고 있음에도 평소에는 그 고마움을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는 항상 공기처럼 늘 우리 곁에 있어주는 존재에 대해 고마움을 모르듯이, 상대방의 입장을 그 눈높이에 맞춰 이해하고 공존하는 지혜, 즉 공동체로서 함께 살아가는 기술이 필요한 때임을 새삼 깨닫게 되는 요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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