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경기전망까지 올해보다 나쁠 것으로 점쳐지면서 자산매각이나 유상증자, 회사채 발행을 통한 선제적인 자금확보가 잇따르고 있다.
21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10대그룹 가운데 3분기 상장 계열사 순이익이 전분기보다 증가한 곳은 SK그룹뿐이었다. 30대그룹 대표기업에서도 적자전환이 잇따랐다.
재계 빅5 가운데는 LG그룹 실적이 가장 저조했다. 지주회사 LG를 제외한 상장 계열사 10 곳은 순손실 4257억원을 기록했다. LG그룹 상장 계열사 순이익 합계가 적자로 돌아선 것은 사상 처음이다. 한진그룹은 같은 기간 적자폭이 2528억원에서 6103억원으로 늘었다.
30대그룹 대표회사도 마찬가지다. LS는 3분기 연결기준 순손실 1089억원을 기록, 적자로 돌아섰다. 하이닉스와 효성도 각각 순손실 5626억원, 1093억원으로 적자를 냈다. 두산도 3분기 순이익이 90% 가까이 줄었다.
재계 전반적으로 실적이 악화되면서 유동성 위기에 대비한 실탄 확보도 늘어나고 있다.
30대그룹 유보율을 보면 2001년 227.0%에서 2010년 677.9%로 증가했다. 5대그룹은 같은 기간 278.1%에서 836.7%로 늘어나 증가폭이 더 컸다. 유보율은 자본잉여금, 이익잉여금 등을 자본금으로 나눈 값으로 외부차입을 뺀 현금이 얼마나 많은지를 나타낸다.
계열사간 합병이나 사업·지분 매각을 통한 구조조정도 증가하는 추세다. 삼성전자는 사업중복 해소와 현금흐름 개선을 위해 삼성LED를 흡수합병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 롯데그룹은 호남석화와 KP케미칼이 합병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악화로 자금조달이 어려워질 것에 대비한 유상증자나 회사채 발행, 자산매각도 늘었다. LG그룹은 유상증자를 통해 LG전자에 1조원을 조달할 계획이다. 동양그룹은 동양생명 지분을 포함한 경영권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 대한전선그룹은 보유 부동산을 잇따라 매각하면서 재무개선에 나섰다.
10대그룹이 올해 들어 10월까지 발행(예정)한 회사채도 23조원에 이르고 있다. 회사별로는 삼성물산, 현대차, SK네트웍스, SK C&C, SK에너지, LG디스플레이 등이 회사채를 발행했다.
이같은 움직임은 수출위주인 국내 대기업이 세계 경기악화에 대비, 선제적으로 자금을 쌓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포스코 관계자는 "원자재값 폭등, 환율 변동으로 순이익이 급감했다"며 "환손실을 줄이기 위한 환헤지 또는 스와프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비상경영체제로 전환하면서 원가절감 목표와 투자금액 조정에 나섰다"며 "원가절감 목표를 당초 1조원에서 1조4000억원으로 늘린 반면 연간 투자비는 7조3000억원에서 6조원으로 줄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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