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은 공정성이 생명이지만 일부 매체들은 시위대의 '폭력'에만 초점을 맞춰 보도했다. 이 매체들은 한·미 FTA와 관련, 야권과 시민단체 등이 제기한 각종 문제들에 대해서는 침묵하거나 정부 측의 해명을 전하는 것으로 일관했다.
경찰서장 폭행사건에 관한 언론의 비판은 시위대의 폭력뿐만 아니라 반대 방향에서도 충분히 가능하다.
언론은 공정해야 하고 중도를 지켜야 한다. 양측의 입장을 충분히 전달하고 독자가 균형잡힌 판단을 할 수 있게 맡겨야 하지만, 일부 매체는 한쪽만을 지지하며 독자의 판단을 흐리게 하고 있다.
하지만 언론을 이렇게 만든 것은 어디까지나 시위대의 책임인 것을 알아야 한다. 박 서장에 대한 폭행은 이 집회의 본질과 시민들의 진중한 목소리는 모두 묻힌 채 '경찰서장 폭행당해'라는 기사가 쏟아져나오게 하는 결과를 만들고 말았다. 박 서장이 폭행당할 이유를 제공했다 한들 폭력은 어떤 이유에서도 정당화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날 현장에서 많은 시민들은 "폭력은 안 됩니다. 그러면 우리가 지는 겁니다"라고 소리쳤다고 한다. 서장의 폭행사건으로 정부와 한나라당이 비준안을 날치기한 것에 대한 시위대의 울분은 빛이 바랬다. 집회의 명분마저 사라지고 경찰에 강경진압의 빌미를 제공할 수도 있는 상황이 되었다.
영하의 날씨에 물대포를 쏜 경찰도 각성해야 한다. 조현오 경찰청장은 수시로 "합법적·평화적 집회는 보장한다"고 말해 왔지만 이런 대응 하나로 경찰 전체가 시민들에게 비난받을 수 있다. 경찰은 집회 현장에서 나온 "수갑만 내려놓지 말고 곤봉도 내려놓으라"는 말의 의미를 가슴 깊이 새겨야 한다.
진정한 비폭력·평화집회는 큰 힘을 발휘한다. 또 이를 통해야만 집회에서 나온 주장이 힘을 받을 수 있다. 국회건 시위현장이건 싸움은 이제 지겹다. 제발 소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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