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헌규의 중국이야기> 3-3. 회오리 치는 부동산 광풍

3-3. 중국 부동산은 원저우 상인의 손안에...

지난 2009년 9월 5년간 체류하던 베이징을 떠나기에 앞서 귀국 인사차 올림픽 공원옆 야윈촌(亞運村)에 있는 중국인 친구 집을 찾았다.
부동산 개발상인 이 친구는 180㎡나 되는 제법 큰 아파트에 사는데 거실과 방마다 요란하게 베이징의 도시발전 계획지도를 붙여놓은 게 인상적이다.

“부동산 경기가 상하이 종합주가가 등락하는 것처럼 변화무쌍한 것 같아. ”
 
친구가 평소 가장 좋아하는 화제인 부동산 얘기를 꺼내자 예의 그 장광설이 쏟아져 나왔다.

“등락을 반복하겠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일반 물가 보다는 훨씬 빨리 큰 폭으로 상승하고 있지. 원리금 상환능력만 되면 무조건 매입해서 보유하는게 좋아.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 여부가 관건인데... 글쎄, 금리를 올린다 해도 내년(2010년) 하반기에 가서나 방향을 결정할 수 있을 거라구. 무엇보다 중국경제는 지금 부동산에 담보 잡혀 있는 형국인데 급락세로 끌어내릴 수는 없지. ”


이 친구는 만날때 마다 “베이징이든 어디든 중국에다 아파트를 한 채 사두라”며 귀가 닳도록 잔소리를 해댔다. 그 자신은 이미 베이징과 상하이에 5채가 넘는 아파트를 보유히고 있다.


꼬박꼬박 월세가 나오니 주택 대출 원리금은 별 부담이 되지 않았다. 집값이 최근 5년새 두세배나 올라 투자 수익도 짧짤했다. 양도세와 보유세 부담도 크지 않고 아직은 규제가 약해 여유 돈 가진 부자들은 마치 정기 적금을 가입하듯 아파트를 사들였다.

물론 주택시장에 대한 규제는 점점 더 강화되고 있다. 중국은 2010 4월과 9월 두차례 강력한 부동산 규제 조치를 내놨다. 또한 예측대로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2010년 10월 19일 금리인상을 단행했다. 과열 예방을 위해 2007년 12월 금리를 인상한 이래 3년만에 취해진 금리 인상조치다. 중앙은행은 또 11월 19일 지급준비율을 0.5%포인트 추가 인상했다. 이번 인상은 지난 10일이후 9일만이며 올들어 모두 다섯번째다.


하지만 금리를 올렸음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가격은 상승폭만 좁혀 졌을 뿐 후퇴기미가 없다. 물가를 우려해 각종 긴축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정부 역시 부동산 경기가 급락하기를 바라는 것은 아니다. 경기가 자칫 경착륙하기라도 하면 교각살우의 우를 범하는 꼴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기자가 알기로 중국인들은 부동산에 대한 열망이 세상에서 가장 강한 사람들 중 하나다.새학기가 되면 산시(陝西)성 등지에서는 대규모 투자단이 전세기를 타고 베이징과 상하이 등지로 ‘부동산 쇼핑’ 투어를 떠난다. 유학중인 자녀들의 기숙용 주택으로 매입한 뒤 나중에 되팔아 돈도 벌려는 목적이다.

이들은 마치 호화 백화점에서 쇼핑하듯 고급 주택지역을 돌아다니며 300만위안(약 5억원)하는 고가의 아파트를 2~3채씩, 많게는 대여섯채씩 사들인다. 외지 부동산 투자단의 이같은 투자 행보가 학기초 마다 반복된다고 해서 이들 투자단들에게 ‘부동산 철새’라는 별명도 붙여졌다.

요즘엔 위안화 강세에 힘입어 이들의 발길은 국내 대도시 뿐만 아니라 캐나다 미국 등 외국으로 뻗치고 있다. 호주 역시 상대적으로 저평가돼 있다는 판단에 따라 인기 투자 대상지역으로 꼽히고 있다. 한 포탈 뉴스는 얼마전 중국인들이 호주에서 경쟁적으로 땅과 아파트를 사모으고 있다고 전했다. 제주도에 몰려와 땅과 별장을 사는 사람들도 모두 이런 투자자들의 일부인 것이다.

중국의 부동산 투자세력을 말할때 탄광으로 돈을 번 산시성 등지의 부자외에 ‘중국의 유태인’으로 소문난 남부 저장(浙江)성 원저우(溫州) 상인들을 빼놓을 수 없다. 아파트와 주식 투자에 있어 중국인들의 강한 특성중 하나는 가격이 오를때 사고, 떨어질때는 결코 거들떠 보지도 않는다는 점이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에서는 요즘 다음과 같은 얘기가 나돌고 있다.

 “부동산 시장 전망이 햇갈리고 전문가의 관측도 믿기 어렵다고요?”
“고민하지 마세요. 매입이건 매각이든 무조건 원저우 상인들의 포지션에 보조를 맞추면 됩니다.”.
천부적 장사꾼인 원저우 상인들의 움직임은 부동산 경기의 방향타와 같다. 경제 연구소들은 ‘원저우 철새’ 의 날개짓과 대오를 연구하는데 막대한 비용을 들인다. 그들의 자취를 쫓는 것이 바로 돈을 버는 첩경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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