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실업에 웃는 '대학 상권'.."권리금 억대 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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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2-03-19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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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기 취업 준비생·휴학생 등 학교 주변 못떠나<br/>일년 내내 장사 잘되… 상가 임대료·권리금 상승

일러스트=김효곤기자 hyogoncap@
(아주경제 이정은 기자) '바늘 구멍' 취업난으로 속이 타들어가는 취업준비생들을 보며 말없이 미소짓는 사람들이 있다. 대학가 인근 상가 주인들이다. 대학생뿐만 아니라 학교 주변을 맴도는 취업준비생들이 늘어나면서 대학가 상권이 때아닌 호황을 누리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장기 취업준비생과 휴학생 등 취업난으로 학교를 떠나지 못하는 학생들이 늘어나면서 대학가 상가 임대료나 권리금이 동반상승하고 있다.

특히 연세대·서강대·이화여대 등 대학이 밀집한 신촌 일대 상권과 달리 경희대·외대, 숙대, 한양대 등 방학 시즌에 뚜렷한 비수기를 겪던 곳도 최근 들어선 비수기와 성수기 구분이 뚜렷하지 않을 정도로 1년 내내 장사가 잘 된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들의 전언이다.

용산구 청파동 숙대 앞 상가 권리금은 1~2년 새 평균 10% 이상 올랐다. 이곳 상가 1층에 있는 미용실(전용면적 132㎡)은 이달 초 보증금 5000만원에 월세 250만원, 권리금 1억3000만원에 거래됐다. 2~3년 전만 해도 이 점포의 권리금은 7000만~8000만원 선에 머물렀다.

인근 뉴소망공인 관계자는 "학생 수는 고정적이지만 대학가 주변에 계속 눌러 사는 취업준비생들이 많아지면서 점포 매출도 늘고 권리금도 높게 형성되고 있다"고 전했다. 권리금은 점포 운영권을 거래할 때 해당 점포가 지닌 프리미엄에 대해 주고받는 금액으로 장사가 잘 될수록 높다.

게다가 학교 주변 단독주택과 하숙집들이 임대료가 싼 원룸 등으로 개조되면서 직장인과 신혼부부들까지 대학가로 몰려들고 있다. 이에 따라 손바뀜이 심했던 상가도 요즘에는 웬만해서는 업종이 바뀌지 않는다는 게 상가업계의 설명이다.

경희대·외대 주변 상가 권리금과 임대료도 상승세다. 수익형 부동산 정보업체인 에프알인베스트먼트 조사자료를 보면, 경희대 앞 1층 점포(전용 39㎡)의 평균 권리금은 지난해 1월 2억7000만원에서 올해 1월 2억9500만원으로 올랐다. 월 임대료도 지난 1월 450만원으로 1년 전보다 35만원이나 뛰었다.

2010년 대학을 졸업한 이모씨(28)는 "학교에서 취업준비를 해야 하기 때문에 대학 인근을 벗어날 수 없다"며 "용돈도 부족해 외부 번화가로 나가서 물건을 사기보다는 대학 주변 상가를 자주 이용한다"고 전했다.

고시생과 취업생이 많이 거주하는 서울대 부근 신림동 고시촌 일대 1층 점포(전용 39㎡) 권리금도 지난 2010년 초 1억1750만원에서 올해 초 1억3850만원으로 2000만원 정도 상승했다. 월평균 임대료도 같은 기간 245만원에서 250만원으로 올랐다.

박대원 상가정보연구소 대표는 "대학가 상가시장이 호황을 누리면서 단독주택 등을 상가로 바꿔 지으려는 건물주도 크게 늘고 있다"며 "수요에 비해 상가 공급이 많아질 경우 공실 우려와 함께 임대료 및 권리금도 하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청년 취업난에 대학가 인근을 전전하는 취업준비생들이 늘어나며 대학가 상권이 떄 아닌 호황을 맞고 있다. 사진은 숙명여대 앞 상가 앞에 늘어선 상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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