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이 물 부족에 따른 대응에 속속 들어가고 있지만 우리나라만은 예외인 듯하다. 저렴한 수도 요금 체계 속에 물을 마치 ‘물 쓰듯’이 하고 있는 것이다.
싼 물값에 따른 국내 물 과소비 현상이 늘면서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로부터 가용 수자원 대비 물 수요의 비율이 40%를 넘는 ‘심각한 물 스트레스’ 국가로 분류됐다. 상수도 시설 부족과 지역간 수도 공급 편차에 따른 시설 확충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수도 요금 현실화 등의 정책 마련으로 국민 삶의 질 향상에 따른 ‘물 복지’ 실현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선진국 3분의 1 물값, 사용량은 세배
환경부에 따르면 2010년 기준 우리나라의 수도 요금은 ㎥당 610원(지방상수도 기준·광역상수도 292.5원/㎡)이다. OECD 주요 선진국의 수도 요금은 ㎥당 1789원으로 우리나라의 3배 가량에 달한다.
수도 요금의 월 평균 가계 지출은 1만1429원으로 2인 가족 월 평균 소비 금액인 217만원(2011년 기준)의 0.05%다. 전기(4만4416원)·연료(4만6810원) 등 다른 국내 공공요금보다 매우 낮은 수준이다.
수도 요금이 저렴한 이유에는 지난 2005년 이후 지속적으로 요금이 동결된 영향도 크다.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간 가스나 전기 등 다른 공공 요금은 꾸준히 인상을 추진해 왔다. 가스의 경우 이 기간 동안 10회 인상으로 요금을 69% 올렸고, 전기도 7회에 걸쳐 26.2% 인상했다.
공공 요금별 현실화율에서도 광역상수도 요금은 우편(92.9%)·가스(88.1%)·철도(87.0%)·전기(86.1%)에 크게 못미치는 81.0% 선이다.
이처럼 싼 수도 요금 때문에 물 과소비는 날로 늘고 있다. 실제로 삼성경제연구소(SERI)는 2010년 발표한 보고서에서 1인당 물 사용은 상수도 요금과 반비례한다고 분석한 바 있다.
환경부 조사에서 우리나라의 물 사용량은 333ℓpcd로 수도 요금이 4612원/㎥로 비싼 편인 덴마크의 114ℓpcd보다 3배 가량 많다.
◆광역상수도 시설 확충 시급
수도 요금이 오랫동안 싼 가격을 유지하면서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가장 시급한 사항은 수도 관련 시설의 부족이다. 한국수자원공사에 따르면 광역상수도 전체 33개 시설 중 55%인 18곳이 적정가동률(75%)을 초과한 상태다. 적정가동률이란 사고 대처·정수능력 유지 등을 위해 가동률을 적정선으로 정해놓은 것을 말한다.
지역간 급수 혜택의 격차가 큰 것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2010년 기준 국내 급수 보급률은 94.1%로 대부분 국민들이 수돗물을 이용하고 있다.
하지만 면단위 농어촌 지역의 상수도 보급률은 55.9%에 불과해 도·농간 급수 혜택 격차가 심각한 수준이다. 이들 지역의 영세 지자체가 수도 사업을 맡아 전문적인 운영이 어렵고, 가뭄·집중호우 등에도 취약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수공 관계자는 “도시지역에 비해 열악한 중소도시·농어촌 지역에 깨끗한 수돗물을 공평한 가격에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기본적인 물 복지 실현”이라며 “미급수 지역에 대한 광역상수도 공급 확대 등 신규 시설 확충이 시급하다”고 전했다.
시설을 더 늘리기 위해서는 수도 요금 현실화가 필수다. 그러나 공공요금 인상에 따른 국민정서 반발로 쉽지 않은 형국이다.
이에 대해 수공 측은 물값 인상에 따른 물가 영향은 미미하다고 설명했다. 물값 1% 인상시 가계 추가 부담은 월 29원 수준이며,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0.0013%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전기 요금이 1% 올랐을 때 미치는 영향은 0.0208%로 이보다 16배 높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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