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100세 시대’를 준비하기 위한 절차라고 진단했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퇴직 후 40년 공백이 생기면서 최대한 오래 일을 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노후 대비”라고 말했다. 이른바 ‘장수리스크’를 겪지 않으려면 ‘평생 소득’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27일 통계청의 ‘2012년 고령자통계’에 따르면, 올해 기대수명은 남자 77세, 여자 84세이며, 2060년 이후에는 남녀 평균수명이 90세가 넘을 전망이다.
그러나 평균 수명은 길어지는 반면 은퇴연령은 낮아지면서 경제적 부담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1년 말 기준 은퇴 후 최소 생활비조차 벌지 못하는 ‘은퇴 빈곤가구’가 101만5000가구로, 은퇴자 가구의 40% 정도를 차지했다.
은퇴자 가구의 평균 총자산 3억3000만원 중 75%는 부동산에 묶인 상태다. 부동산 경기가 침체하면서 은퇴빈곤층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고령자 통계에서도 고령자의 40.2%는 ‘경제적인 어려움’을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전문가들은 50대 이상 근로자의 투잡은 은퇴 후 재취업으로 이어지는 만큼 지원체계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직장인들이 제 1커리어 기간 동안 다음 커리어의 기반을 준비하고 퇴직 후 제 2커리어로의 성공적 이행을 위해 정부 및 기업 지원을 제도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태원유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중고령층의 실직은 가계소득 감소, 자녀교육 부담 확대, 소비침체로 이어져 국민생활의 불안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며 “근로시간단축청구권이 국무회의를 통과한 상황인만큼 정착될 수 있도록 해, 투잡에 대한 철저한 사전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근로시간단축청구권은 해당 사업장에서 1년 이상 근무한 50세 이상 근로자에게 근로시간 단축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로 사업장에서는 예외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 한 허용해야 한다.
태 수석연구원은 또 기업들의 적극적인 지원체계도 마련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에 따르면, 일본에서는 도쿄가스, 캐논, 미쓰비시전기 등 기업들이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남은 회사생활과 퇴직 이후를 준비하는 생애설계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독일, 영국은 국가 고용지원서비스 기관 및 인력, 인프라가 체계적으로 갖춰져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삼성이나 포스코, KT 등 일부 대기업에서만 상시적인 전직지원센터를 운영 중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30~40대의 투잡은 바람직한 현상으로 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고 지적한다.
손민중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30~40대의 투잡이 바람직한 현상이 되기 위해서는 직장의 이해가 필요하지만, 국내 정서상 대부분의 사업장은 외부겸직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며 “본업에 쏟을 열의를 투잡이나 세컨잡에 쏟기 때문에 기업의 생산성 저하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임희정 연구위원도 “투잡이 근로시간을 더 연장하기 때문에 자연히 본업에 지장을 줄 수 밖에 없고, 이는 투잡을 하는 개인도 신체적 혹은 정신적으로 극도의 피로를 느끼게 한다”고 말했다.
게다가 투잡족들이 세 부담 등으로 건겅보험, 국민연금, 산재보험, 고용보험 등 국민 4대 보험의 사각지대에 놓여있어 사고를 당할 경우 보상을 받을 수 없는 점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결국 30~40대 직장인에게는 투잡보다는 본업에 충실할 수 있는 구조가 돼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안이다. 우리나라 노동시장에서 소위 좋은 일자리라고 말할 수 있는 곳이 대기업과 공기업을 포함 250만개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태원유 수석연구원은 “고용이 불안하고 소득보전이 어려운 직장인들을 투잡으로 내모는 것”이라며 “투잡족으로 인한 기업의 생산성 저하가 악순환되지 않기 위해서는 실질적인 생활을 할 수 있는 임금 체계 및 고용안정성이 보장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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