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강정숙 기자= “한국의 새 정부가 북한에 더 강화된 제재를 하지 않길 바란다(중국 전문가)”, “미국의 동맹국을 향한 핵공격에 대해서는 보복이 있을 것(미국 전 국무부 차관보).”
북한의 3차 핵실험 강행으로 한반도 정세가 휘청이는 가운데 미국과 중국의 전문가 모두 북한과의 대화를 통한 관계 모색이 시급 하다는 데는 한목소리를 냈지만, 북한을 바라보는 근본적 입장에는 차이가 컸다.
북미 제네바 합의의 주역인 로버트 갈루치 전 미국 국무부 차관보는 19일 “한국과 미국, 북한이 느끼는 안보우려를 다룰 수 있다면 대화를 통한 대응이 가장 적절하다”면서도 “대화의 궁극적인 목표는 북한의 비핵화가 돼야 한다는 것인데 (북한이)이것을 배제할 경우 북미간 더 이상 협상을 할 거리가 없다”고 말했다.
스인홍 중국 인민대 교수도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의 새 정부가 북한에 더 강화된 제재를 하지 않길 바란다”며 “대화를 통한 남북 관계 모색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스인홍 교수의 대화 촉구는 갈루치 전 차관보의 비핵화가 전제돼야 대화할 수 있다는 것과 달리 조건없는 대화를 의미하는 것이다.
스 교수는 “김정은은 이명박 정부와는 달리 박근혜 당선인에 대한 어떤 비난도 하지 않은 상태로, 박 당선인의 ‘한반도 프로세스’에 맞춰 남북관계 모색에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 교수는 이어 “한국의 새 정부가 북한 문제와 북핵문제를 분리해 생각해야 한다”며 “과거 이명박 정권의 5년을 반복하게 된다면 남북관계 개선의 여지도 사라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과의 대화가 재개될 경우, 한국과 미국, 중국이 함께 진행되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갈루치 전 차관보는 "한·미·중이 북한의 안보와 매우 밀접한 관계기 때문에 이 4개국간의 대화도 함께 진행돼야 한다"며 궁극적으로는 일본과 러시아도 들어와야겠지만 초기에는 4개국의 대화가 선행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스인홍 교수는 "물론 중·미는 한반도 문제에 있어서 이해 당사자인 것은 맞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남북이 나서서 해결하는 것"이라며 "북한의 핵 문제는 중국으로서도 당장 해결 불가능한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은 미국의 북한에 대한 금융제재에 대한 어느정도의 입장은 찬성하지만 광범위한 제재는 반대한다”며 “북한에 대한 지나친 경제제재는 중국의 경제무역에 악영향을 끼쳐 곤란하다”고 덧붙였다.
북한의 핵개발을 저지하기 위해 전술핵 재배치를 해야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두 전문가 모두 부정적 입장을 내놨다.
갈루치 전 차관보는 자국이익에 따라 결정할 사안이라고 전제한 뒤 “한국의 자체적 핵개발은 이웃국가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며 한국 이미지에도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 교수는 “전술핵 재배치의 성공 가능성은 낮다”며 “현 상황에서 북한의 핵 위협을 제재할 방법은 많지 않지만 신중하고 천천히 행동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반도 비핵화의 무게중심이 비핵화에서 비확산으로 전환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에 갈루치 전 차관보는 “한국에서는 비핵화와 비확산을 별개로 생각하는데 미국이 비확산 정책을 갖고 있기 때문에 비핵화를 추구하는 것”이라며 “어떻게 보면 북한은 핵보유국가인데 북한과의 협상은 비핵화를 위한 협상이어야 한다. 비핵화를 통한 비확산을 해야한다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스 교수는 “북한은 사실상 핵무기가 있다고 보여지고 한반도의 평화적 비핵화는 이미 실패했다”며 “북한은 어떻게든 핵을 발전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은 이미 핵공격 가능상태로, 군사적 위협은 이미 시작됐다고 말할 수 있지만 쉽게 공격을 단행하기는 어렵지 않겠나”며 남북의 지리적 인접성을 언급했다.
그는 또 시진핑 체제의 대북 정책에 대해서도 “시진핑 체제의 10년 동안 대북정책이 어떠하리란 추측은 현재 상황에서 무의미하다”며 “후진타오 집권 10년동안에도 북한에 대해 냉·온 정책이 번갈아 가며 반복됐고 시진핑 체제에도 그럴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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