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J가 1일(현지시간) 발표한 소비자 신뢰조사에 따르면 설문조사 응답자 74.2%(2347명)가 물가가 1년 안에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 2008년 9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지난해 12월에만 해도 53%였다. 다만 물가상승이 소득증대로 이어질지에 대해선 신중했다. 응답자의 9.5%만이 소득이 1년 안에 오른다고 전망했지만 지난 1993년 3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지난해 12월에만 해도 5.5%에 그쳤었다.
일본 백화점 매출도 증가했다. 이날 발표된 일본 대형 백화점 5개사 매출은 지난해 3월 실적을 일제히 웃돌았다. 2개월 연속 상승세다. 미쓰코시이세탄홀딩스의 지난달 매출은 전년 대비 9.4% 증가했고, 다이마루와 마쓰자카야의 매출도 6.6% 늘어났다. 특히 다이마루와 마쓰자카야는 부인복 판매가 11.0% 늘었고, 미술품·기모노·액세서리 매출은 13.5% 증가했다. 다카시마야와 세이부 등에서도 외제 고급 상품과 액세서리 매출이 급증했다.
전날 발표된 단칸지수인 제조업 경기현황판단지수(DI)도 3분기 만에 개선됐다. 1분기 DI가 -8로 지난해 12월 -12보다 4포인트나 개선됐다. 비제조업 DI도 3포인트 향상된 +6을 기록했다. 이번 단칸지수는 대규모 일본 기업들의 비관론이 약해지고 있다는 분위기를 보여준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분석했다. 기업 환경이 개선되고 있다는 신호탄으로, 일본 경제가 탄탄대로를 걷기 시작했다는 얘기다.
엔화 가치도 오랜만에 상승했다. 엔화는 1일 달러 대비 0.9% 상승해 달러당 93.37엔에 거래됐다. 유로 대비 0.7% 상승해 유로당 119.97엔, 파운드 대비 0.8% 올라 파운드당 142.02엔에 거래됐다. 엔화의 강세는 미국 제조업이 예상 외로 약세를 보인 데다,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면서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는 분석했다.
스미토모미쓰이 자산관리의 타쿠모리 아키요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디플레이션을 탈출하는 첫걸음이다"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경제가 개선되면서 시장은 4일 열리는 BOJ의 첫 통화정책회의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구로다 신임 총재가 디플레를 벗어날 어떤 처방전을 내릴지 말이다. 아베 신조 총리는 2일 BOJ가 인플레이션 목표치 2%를 달성하지 못하면 책임을 추궁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금융업계에서는 BOJ가 강력한 양적완화를 실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본은행협회장인 구니모 다케시 미쓰이스미토모 은행장은 "일본의 국내 여신이 늘어나고 있지만 아직 충분하지 않다"며 "아베 정권이 기업 신뢰를 더 높여 자본수요를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압박이 BOJ에 부담감만 가중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캐피털이코노믹스의 줄리안 제솝 이코노미스트는 "구로다 총재에 대한 시장 기대가 너무 크다"며 "이 때문에 일본은행이 완전히 수용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BOJ가 경기부양책을 확대할 것으로 전망했다. 도이체증권의 마쓰오카 미키히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BOJ가 설정한 목표를 이루기 위해 경기부양책을 늘려 엔화 가치를 하락시키고 경제성장을 촉진시킬 것"이라며 "이것이 아베 총리가 궁극적으로 원하는 정책"이라고 전했다. 아베 정권은 무제한 금융완화를 원칙으로 돈을 풀어 엔저와 금리인하를 유도하고 있다. 앞서 구로다 총재는 장기채 도입 등 자산매입 채권을 확대시킬 것이라고 밝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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