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상 비밀’이란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지 아니하고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가지며 상당한 노력에 의해 비밀로 유지, 관리된 생산방법, 판매방법 기타 영업활동에 유용한 기술상 또는 경영상의 정보를 의미” (공정위 비공개대상정보의 기준-법 제9조제1항)
새 정부가 부처 간 칸막이를 없애고 ‘지하경제 양성화’에 대한 부처별 공조를 내세우고 있지만 일부 사정당국은 깊은 고민에 빠진 상황이다. 특히 공정거래위원회는 일감 몰아주기 등 불공정 거래에 대한 조사 자료가 기업의 영업 비밀과 관련한 ‘비공개대상정보의 기준’ 원칙을 들어 공개가 금지돼 있어 더욱 그렇다.
지난 3일 박근혜 대통령은 국세청이 공정거래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등이 조사한 대기업 자료를 넘겨받아 과세에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는 세제·세수 증대를 목표로 ‘지하경제’와의 전쟁을 선포한 새 정부의 정책기조가 담겨있다. 특히 박근혜 정부가 복지공약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매년 27조원, 5년간 135조원의 재원이 필요하다. 이 중 지하경제 양성화를 통해 28조5000억원 규모를 거둬들일 수 있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과세행정상 현금거래나 차명·은닉계좌, 편법상속 및 증여 등에 대한 효과적 대처가 한계에 봉착한 상황이다. 따라서 ‘지하경제 양성화’ 추진을 위해서는 관계기관 간 정보 공유가 핵심 사안이다.
문제는 ‘공정위가 보유한 내부거래 관련 조사 자료를 국세청과 공유해야 한다’는 대목이다. 공정위가 비상장사의 대주주 구성과 내부거래 규모 등의 자료를 갖고 있어 과세당국이 이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취지나 공정거래법상 제9조 1항이 걸림돌이다.
공정위 조사 자료는 기업의 영업 비밀에 관련된 사안이 많아 업무상 취득한 비밀을 누설할 경우 처벌과 고발까지 적용받는다. 공정위는 특수한 성격상 관련 정보를 보호할 의무를 지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의 지시가 ‘재벌 기업의 내부거래 관련 조사 자료’를 단순 공유하는 차원이라면 아무런 문제가 되질 않는다. 즉 대기업의 내부거래 현황, 계열사 간 채무보증 현황, 대기업 거래 내부 지분도 등은 이미 분석 자료로 공개하고 있어서다.
그러나 조사 중인 사안은 공유가 어렵다. 또 공정위가 조사 과정에서 수집한 기업 내부 정보를 어느 선까지 공유해야하는 지도 고민이다. 특히 국세청이 별도 조사 과정에서 필요한 정보를 공정위에 요구할 시에는 ‘영업상 비밀’ 조항이 걸리는 정보도 공유가 어렵는 게 공정위 측의 설명이다.
공정위 고위 관계자는 “공정위가 확보한 조사 자료는 성격상 법위반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것으로 과세목적과는 상충될 수 있다”며 “대기업 내부 거래내역 등은 이미 공시를 통해 공개되고 있는 관계로 어려운 부분은 아니나 비밀보장에 대한 부분은 추가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정 거래 전문가는 “현행 조사에서 취득한 정보를 외부에 제공·유출하는 것이 금지”라면서 “단 위법·부당한 사업 활동으로 국민의 재산 또는 사생활을 보호하기 위해 공개할 필요가 있는 정보라는 조항이 있어 법 해석 차이는 있겠지만 비밀보장이 안 되면 조사 대상의 기업은 더 비협조적일 수밖에 없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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