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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반자의 요구로 옮긴 볼마커는 반드시 원위치한 후 퍼트해야 낭패를 보지 않는다. |
아주경제 김경수 기자= 동반자의 퍼트에 방해가 돼 볼마커를 한 뼘 길이만큼 옆으로 옮겨놓았다. 그런데 정작 자신이 퍼트할 때 그 마커를 원위치하는 것을 잊고 그 자리에서 퍼트하는 경우가 가끔 있다. 건망증의 소산이다.
이 때는 오소 플레이로 2벌타가 과해지며 플레이는 그대로 인정된다. 톰 왓슨, 로라 데이비스 등 세계적 선수들도 상대방의 요구로 옮겨 놓은 볼마커를 원위치하지 않고 퍼트했다가 벌타를 받은 적이 있다. 따라서 볼마커를 옮겼을 경우 상대방이 퍼트하는 것을 보지 말고 오로지 ‘내 볼마커를 원위치해야지’하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 깜빡 잊는 것을 막는 길이다.
브리티시오픈 5승 경력의 베테랑 골퍼 톰 왓슨(미국). 2008년 마스터스토너먼트 2라운드 3번홀(파4)에서 오소 플레이로 2벌타를 받고 말았다. 퍼트를 앞두고 동반자의 요구로 볼마커를 옮겨 놓았는데 자신이 퍼트할 때 볼마커를 원위치하지 않고 그 곳에서 퍼트를 한 것이다. “늙어서 총기가 흐려졌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었다. 백전노장도 그런 실수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례다.
2007년 11월. 일본에서 열리는 유일한 미국LPGA투어 대회인 미즈노클래식 2라운드 14번홀(파4)에서 장타자 로라 데이비스도 깜빡했다. 그린에서 볼마커를 옮긴 뒤 정작 퍼트할 때에는 그것을 원위치하지 않은 것이다. 오소 플레이로 2벌타가 따랐음은 물론이다. 그날 스코어는 70타가 될 것이 그 실수로 72타가 됐고 순위는 단독 1위에서 공동선두로 밀려났다. 결국 그 대회 우승도 하지 못했다. 데이비스는 그 해프닝 후 “이런 일은 20년래 처음 있다”며 머리를 긁적였다.
1999년 8월 미국PGA 시니어투어 롱아일랜드클래식 3라운드에서는 이런 경우도 있었다. 브루스 플레이셔가 최종합계 12언더파 204타로 2위권에 4타 앞서 우승을 하려는 순간이었다. 플레이셔가 스코어 카드를 내려고 ‘스코어러스 텐트’에 들어갔는데 갑자기 한 갤러리가 머리를 들이밀며 “마지막 퍼트 때 옮긴 볼마커를 원위치하지 않았다”라고 귀띔했다.
플레이셔가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랬다. 동반 플레이어 마크 헤이스의 퍼트 라인에 걸려 볼마커를 옮긴 뒤 그 볼마커를 원위치하지 않고 홀아웃한 것이다. 그 자리에서 마지막홀 스코어에 2벌타를 추가한 그는 결국 합계 10언더파 206타로 알렌 도일에게 2타 앞선 챔피언이 됐다.
그는 “그 갤러리의 귀띔이 없었다면 나는 스코어 오기로 실격당했을 것이다. 4타차 리드여서 2벌타를 부과하고도 우승했기에 망정이지, 하마터면….”이라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플레이셔는 “그 사람을 찾아 뭔가 보답해야 하겠다”라고 말하면서 자리를 떴다.당시 그의 우승상금은 18만달러였다. <골프규칙 16-1b, 20-3a, 20-7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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